2018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최고치
"수개월간 이어질 경우 제조업 분야 타격 우려"
파월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통제 가능한 수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난 3월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같은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로는 0.6% 상승했다. 지난 1년간 팬데믹 상황에 따른 기저효과 탓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6%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 모습.

WSJ는 "이같은 물가상승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백신 보급 효과 등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마비된지 1년만에 소비자 수요가 얼마나 회복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분석했다. 사라 하우스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 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동안 셧다운 이후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소비하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월 물가상승률이 상승한 것은 휘발유 가격이 9.1% 상승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변동폭이 큰 에너지, 음식을 제외한 상승률은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지난 2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1.7% 상승했고,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었다. 이 같은 수치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잠정치를 상회하며, 지난 201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3월에 나타난 높은 물가상승이 제조업 분야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제조업 분야는 극심한 원자재 부족과 가격 상승, 운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6조달러에 달하는 재정 투입이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월가 역시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소비자물가 지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싹트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2.6% 수준의 물가 상승률은 연준 통화정책 목표치(2.0%)보다 훨씬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당국은 현재 물가상승률이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이며,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시장을 진정시키고 나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앞서 CBS ‘60분’에 출연해 올해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회복이 완전해질 때까지 연준이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파월 의장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는 델라웨어주 상공회의소(DSCC)가 주최한 웹 세미나에서 "현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며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에 따른 대응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WSJ는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묶여있던 소비 지출이 향후 몇달간 계속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 의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정 확대를 지속할 계획인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