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이 13일(현지 시각) 코인베이스의 준거가격을 250달러(약 28만500원)로 책정했다. 미국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오는 14일 나스닥에 직상장할 예정이다. 직상장이란 신규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현재 가지고 있는 주식을 상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코인베이스는 나스닥에 보통주 1억1490만주를 등록할 계획이다.

준거가격으로만 볼 때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는 완전 희석 기준으로 653억달러(약 73조2666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 희석 기준은 이미 발행된 주식 수량뿐만 아니라 전환증권이나 스톡옵션 등이 추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의 합산을 뜻한다.

다만 준거가격은 기존 장외시장에서의 가격과 투자은행들의 투입 규모를 반영해 거래소가 제공하는 것이어서 시초가는 이와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앞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한 미 빅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등의 시초가는 준거가격 대비 평균 37%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날 코인베이스의 시초가가 343달러(약 38만4846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식과 함께 비트코인은 이날 신고가를 썼다.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전 6시 30분 현재 비트코인은 미국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4.76% 급등한 6만3091달러(약 7078만8102 원)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각 한국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3.32% 오른 8079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날 8100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었다.

2020년 11월 5일 비트코인 가격이 1만5000달러를 처음 돌파했을 당시 코인베이스 화면.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가상자산의 첫 제도권 진입이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특히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를 꺼렸던 이들에게 간접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암호화폐가 아닌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면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손실은 줄이면서 급등세의 장점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면 수많은 암호화폐 중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진다. 거래소는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여서 거래량만 많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던 올 1분기 코인베이스는 18억달러(약 2조190억6000만원) 매출과 7억3000만~8억달러(약 8188억4100만원~8973억6000만원)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해 동안의 매출(13억달러)과 순이익(3억2200만달러)을 뛰어넘은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이 상장 후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코인베이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915억달러(약 102조6355억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미국 금융평가사 DA데이비슨은 최근 리포트에서 코인베이스의 주식 1주당 목표주가를 195달러(약 21만8700원)에서 440달러(약 49만3500원)로 상향조정했다.

코인베이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같은 절차를 밟으려는 후발주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코인베이스를 제외하고 상장 계획을 밝힌 암호화폐 거래소는 미국의 크라켄과 이스라엘의 이토로가 전부다. 크라켄은 오는 2022년 나스닥 상장을 목표하고 있고, 이토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우회상장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향후 비트코인 시세에 지수가 연동하는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카코옵션거래소(Cboe) 등 이미 비트코인 ETF를 허가해달라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요청한 곳도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

지나친 낙관론은 위험하다는 시각도 분명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차갑게 식어 거래량이 줄면 코인베이스의 매출액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도 크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정부가 허용해야만 비트코인이 확실히 (자산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코인베이스보다 수수료를 적게 떼는 거래소가 늘어날 경우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거래시 3.49%의 수수료를 받는데, 코인베이스에 이어 상장을 준비중인 크라켄만 하더라도 거의 절반 수준인 1.50%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 투자 리서치회사 뉴컨스트럭트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점을 들어 코인베이스의 적정 시가총액을 평균 예상보다 81% 낮은 189달러(약 21만2000원)로 매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