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시 정 회장 지분가치 1조원 추정

현대차그룹의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한다. 기업가치가 10조원으로 예상되는 데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6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다음달 초 주관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연결시키는 이유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정 회장이 지분을 대규모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4월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건설 계열사 현대엠코와 합병해 새로 탄생한 법인으로, 당시 현대엠코는 정 회장이 지분 25%를 보유했던 '정의선 회사'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 주주는 현대건설(000720)(38.62%)로, 정 회장은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 2대 주주인 정 회장은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현금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005380)→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고리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23.29%)인 현대글로비스(086280)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한 다음,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것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런데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양도세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해 얻은 자금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지분 9.57%를 보유한 현대오토에버(307950)도 지난 2019년 상장시켰다.

이렇게 되면 기아→현대모비스로 연결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해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래픽=김란희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으로 나눈 뒤 모듈·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치고,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지배구조를 정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등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주식 시장에 막대한 시중 자금이 몰려 증시가 호황기에 있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이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황이라는 점도 호기로 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곧 그룹 총수에 오를 예정이라 시장 반응 등을 살펴 단계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완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랜트사업과 건축사업, 인프라 개발 등 건설업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 7조1884억원, 영업이익 2587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