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시영(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재건축 조합장이 조합 해산을 앞두고 자신의 퇴직금을 인상하는 안건을 총회에 올려 해당 단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고래힐)는 2016년 12월 준공됐으나 이후 4년이 넘은 현재까지 조합을 해산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덕시영 재건축 조합은 이달 30일 총회를 열고 ‘조합 업무규정 개정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조합장의 퇴직금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퇴직금 규정을 ‘계속근무연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에서 ‘계속근무연수 최근 1년 동안 지급한 총급여의 10분의 1에 15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퇴직금 규정이 이렇게 바뀌면 기존보다 퇴직금 지급액이 수배 많아질 것으로 조합원들은 예상하고 있다.

조합은 총회 책자에서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지대한 공이 있는 위 2인(조합장과 조합사무국장)에 대해 포상금 성격으로 첨부와 같이 업무규정을 개정해 퇴직금을 지급하고자 한다"고 했다. 재건축 사업에 성공했으니 성과급처럼 퇴직금을 올려서 받겠다는 뜻이다.

조합은 "2013년 분양가 폭락으로 발생한 초유의 조합원분담금 급등, 2014년 분양률 10%라는 사상 초유의 미분양사태를 겪었다"면서 "미분양은 이듬해까지 지속돼 해결 기미를 찾지 못했고 또하나의 난관인 상가 분양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추가분담금 약 174억원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당시 추가분담금 174억원으로도 부족하다는 시공사 입장이 있었으나, 우리 조합은 주말도 없이 노력해 2년 만에 아파트 미분양을 해소함은 물론, 상가 분양에 있어서도 최초 설계도서에 없었던 에스컬레이터를 과감하게 설치해 지하상가 통분양이라는 대성공을 거뒀다"고 적었다.

책자에는 또 "조합은 2017년 입주 이후 조합조직을 최소화 운영했으며 각종 민원 관련 소송 대응, 시공사와의 공사비 정리와 하자보수 등 고유 업무를 수행했을 뿐 아니라 다른 조합들이 시도하지 않은 기납부 취등록세에 대한 환급을 조합 임직원들이 조합의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조건으로 추진해 100억원 이상의 돈을 돌려받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여러 가지 소송이나 각종 잔여분 분양업무 등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도 적혔다.

고덕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강동구청(왼쪽)과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내(오른쪽)에서 ‘셀프 포상금’ 안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퇴직금 셀프 인상에 일부 조합원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고래힐 우편함에는 "십수년간 조합원 돈으로 고액연봉을 받고 각종 활동비 명목으로 가져간 것도 모자라 어떤 근거로 만든 건지도 모를 퇴직금 계산법을 통과시켜 수억원을 또 가져가려 한다"며 "이 안건이 절대 통과돼선 안 된다"는 호소문이 배달됐다. 준공 이후 4년 넘게 월급을 타간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왜 퇴직금을 올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조합장 월급은 약 560만원이다.

한 고덕시영 조합원은 "환급금은 조합원들이 나눠 갖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4년 동안 월급을 받은 것도 모자라 퇴직금을 셀프 인상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고덕시영 재건축 A 조합장은 "퇴직금을 기존 약 1억원에서 약 5억원으로 4억원가량 인상하는 안건인데, 고덕시영 재건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대한 성공 보수라고 생각한다"면서 "2010년도쯤 월급을 올려 받으려 했으나, 조합원들이 당시 ‘월급을 동결하고 사업이 성공하면 그때 가서 성공 보수를 받으라’고 해서 이번에 성공 보수 처럼 퇴직금을 올리는 안건을 상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조합이 배우러 올 정도로 고래힐을 성공적으로 완공했기 때문에 4억원을 더 받는 것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 조합장은 4년동안 조합을 해산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세금 제척기간이 통상 5년이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추후 과세할 것을 예상해 해산하지 않고 있던 것"이라면서 "준공 직후 조합을 해산하고 추후 세금부과가 이뤄져 조합원들에게 50만~100만원씩 내라고 한다면 어떤 조합원이 내겠냐, 해산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미해산 조합 운영실태를 파악하는 중이다. 준공 이후 1년 이상 해산하지 않은 63개 조합에 대한 일제조사다. 시는 일제조사로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미해산 조합들은 대부분 "조합 관련 소송을 수행 중"이라며 해산을 미루고 있으나, 청산 시점이 미뤄질수록 조합원들에겐 손해라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