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61·국민의힘) 부산시장 체제에서 부산의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들은 보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년 남짓한 짧은 임기라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겠지만, 임기 동안 인허가 절차 간소화만큼은 분명히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7일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4·7 재보궐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다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목걸이를 걸고 환호하고 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시장 보궐선거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62.67%(96만1576표)를 득표해 34.42%(52만8135표)를 받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두 배 가까운 큰 표차로 따돌렸다. ‘더블 스코어’로 압도하며 시정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은 지난 1월 ▲재건축·재개발 기간 단축 ▲10만가구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지원을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 당선인은 당시 "주택 공급의 1차적 주체는 역시 민간일 수밖에 없다"면서 "법을 고치지 않고 관청의 추진 단계 간소화와 신속 처리를 통해 20년 이상 된 낡은 아파트의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통상 15~20년까지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임기가 1년 남짓 짧은 시장이지만, 빠른 인허가는 여러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재건축을 막 추진하는 단지들은 걸림돌인 안전진단 통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에선 2019년 동래구 온천삼익, 2020년말 동래구 동래럭키이 안전진단을 탈락하며 긴장감이 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 당선인의 시정으로 재건축을 막 시작하는 연제구 거제현대와 안전진단을 재추진하는 온천삼익 등은 시장 교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비구역인가를 못 받은 재건축 단지들도 기대감이 생긴다. 지자체(서울시·부산시 등)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정비구역 지정고시를 반드시 받아야 해서다.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늦춰지면 사업도 멈춰설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 사례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다. 2017년 12월 기존 49층 정비계획안을 35층으로 수정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했으나 보류 결정을 받았고, 이후 재심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신속 처리’를 공언한 만큼, 대상 단지들의 시계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제구 연산한양아파트의 정비구역지정 심의가 이달 28일 도계위에서 예정돼 있다.

부산에선 해운대구 삼호가든(DL이앤씨), 남구 대연8구역(포스코건설), 수영구 삼익비치(GS건설) 등 대어급(大魚級) 재건축 사업도 진행 중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존 시가지 집값이 오른다’는 등 법에 없는 이상한 변명을 들며 인허가를 지연시킨 사례가 많지 않았느냐"면서 "인허가만 신속하게 해줘도 정비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리모델링 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처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점차 늘고 있다. 기존 가구수가 무려 7374가구로 국내 최대 단일단지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는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에 눈이 쏠린다. 해운대구 상록아파트, 연제구 거제1차현대홈타운, 부산진구 양정현대 등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중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리모델링 시 증축 규모는 법에 따라 국민주택(85㎡) 미만은 기존 전용면적의 40%까지, 국민주택 이상은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증축 최대치를 인정해줄지 여부는 시 심의위원회가 결정해, 시가 정책적으로 리모델링을 지원한다는 의지를 밝히면 심의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부동산·개발 공약으로 자기부상열차 ‘어반루프’(시속 300㎞ 주행 교통수단)도 내세웠다. 가덕도와 해운대를 단숨에 연결하는 ‘15분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1~2022년 사전 타당성 조사를 위한 기초연구, 2023~2024년 예비타당성 조사, 2025~2029년 공사, 2030년 완공 등 일정을 각각 제시했다. 이번 시장 임기는 1년이라는 점에서 실제 완공까지 이뤄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나온다.

심 교수는 "이런 사업은 구상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면 시장이 바뀌더라도 살아남을 것이고, 시장 혼자 정치적 치적 쌓기용으로 앞서 나가면 시장이 교체된 이후엔 동력을 급격히 상실할 것"이라면서 "시민들과 어떻게 함께해 나갈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