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인수를 놓고 수개월 간 협상을 진행하다 최근 중단했다고 블룸버그가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구체적인 중단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느 쪽이 먼저 중단을 제안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한 소식통은 클럽하우스가 트위터와 협상을 멈춘 뒤부터 자금 조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사가 거론한 인수 가격은 40억달러(약 4조4760억원)로 전해졌다. 클럽하우스의 기업가치는 지난 1월 10억달러(약 1조1203억원)에 책정된 바 있다. 보도와 관련해 양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클럽하우스.

업계는 트위터가 클럽하우스 대항마 ‘스페이스’를 출시하면서 인수에 흥미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스페이스는 지난달부터 테스트 대상을 iOS에서 안드로이드까지 확대하면서 적극적인 이용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오는 5월 중순쯤 안드로이드 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트위터 앱 내에서 구동되는 스페이스는 다른 이용자에게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이 가능한 클럽하우스보다 접근성도 더 높다. 비공개 계정의 경우 진행자가 될 순 없지만, 청취자나 발표자로는 참여가 가능하다. 해외에선 청각장애인을 위해 실시간 대화 자막 기능도 제공한다.

스페이스는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주제별 카테고리 및 검색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클럽하우스가 가장 미흡한 부분이다.

다만 현재로써는 스페이스가 장기적으로 클럽하우스의 아성에 맞설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우선 스페이스는 인터페이스가 클럽하우스와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아류’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화방을 연 진행자를 포함해 총 11명만이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받는다. 클럽하우스는 발언자 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스페이스가 클럽하우스와 달리 내부적으로 모든 대화 기록을 보관한다는 점을 알고 불편해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차별·혐오 발언을 일삼는 이용자를 손쉽게 제재할 수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어쩐지 자유롭게 발언하기 꺼려진다는 것이다.

스페이스 대화방 인터페이스.

트위터를 필두로 주요 소셜미디어들이 앞다투어 음성 채팅 기능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서는 클럽하우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럽하우스의 성공을 본, 자금력과 기술력이 받쳐주는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머잖아 클럽하우스의 파이를 뺏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무료 음성채팅서비스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디스코드가 대표적인 예다. 디스코드는 지난 1일 지정된 발표자와 청취자 간 음성 채팅을 할 수 있는 ‘스테이지 채널스’를 출시했다. 기존 서비스가 상호 간 자유로운 대화 위주였다면 스테이지 채널스는 클럽하우스처럼 소수 이용자가 주로 발언하고 나머지 이용자가 듣는 형태다.

이미 이용자 수가 많고 품질이 증명된 디스코드가 공격적인 홍보에 나설 경우 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디스코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매출(1억3000만달러)이 전년(4500만달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데다, 월간 이용자 수도 지난달 말 기준 1억4000만명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0억달러(약 11조2070억원)에 디스코드를 인수하기 위해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00억달러는 지난해 말 자금 조달 때 평가된 디스코드의 기업가치(7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성사시 MS 역사상 2016년 링크드인을 266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된다.

비즈니스용 소셜미디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링크드인은 조만간 음성 채팅 기능에 대한 베타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링크드인의 전문적 정체성을 고려할 때, 지금도 클럽하우스에서 즉흥적으로 콘퍼런스를 열거나 면접 등 구직 활동을 하는 이용자들이 대거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메신저 기반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슬랙도 스페이스처럼 초대나 예약 없이 대화방에 들어갈 수 있는 음성 채팅 기능을 내놓는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공룡’ 페이스북의 등장도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페이스북 산하 인스타그램은 지난 2016년 스냅챗을 모방한 스토리를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틱톡을 베낀 릴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8일 공개한 ‘핫라인’은 인스타그램 라이브와 클럽하우스를 합친 모양을 하고 있다. 클럽하우스와 달리 영상 전환이 가능하며, 청취자들은 텍스트를 이용해 진행자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웃음, 박수, 하트 등 리액션도 가능하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클럽하우스가 지속적으로 독자 노선을 취할지, 아니면 열기가 식기 전에 매각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클럽하우스는 최근 송금 기능을 추가해 이용자들에게 수익 창출 모델을 제시하는 등 실험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용자 수가 이전보다 줄면서 ‘거품이 꺼졌다’는 우려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 최고경영자(CEO) 폴 데이비슨은 지난 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독 서비스 △클럽별 유료 멤버십 △유료 이벤트 호스팅 △크리에이터(진행자) 개인별 수익화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내건 바 있다. 유튜브, 트위치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콘텐츠 제작자에게 많은 수익을 약속해 성장한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기준 전 세계 클럽하우스 앱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약 한 달 전인 2월 24일보다 290만 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도 같은 기간 클럽하우스 앱 다운로드 횟수는 32만5000건에서 39만8000건으로 7만3000건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식으면서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서 최고 2만원에 거래됐던 클럽하우스 초대권도 무료로 나눠지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전직 구글 개발자 폴 데이비슨과 로언 세스가 개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로빈후드 창업자 등이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올 초 미국은 물론 유럽과 한국, 아프리카, 일본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