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로 재도약 나선 스킨푸드·에이블씨엔씨·네이처리퍼블릭 적자
코로나 사태 속 수장 교체한 이니스프리·잇츠한불, 영업익 70~80%대 감소

수장을 교체하고 재도약에 나섰던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한류 규제)에 이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시 한 번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의 경쟁에서도 밀렸다.

그래픽=김란희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킨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176억원으로 전년보다 8%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적자는 42억원이었다. 이는 전년(62억원)보다 32% 줄어든 규모이지만, 2014년부터 시작된 적자를 7년째 벗어나지 못했다.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인 스킨푸드는 2004년 설립 후 국내 화장품 로드숍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창업주 조윤호 전 대표의 배임, 노세일(No-sale) 정책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 여파로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2018년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았다. 이듬해인 2019년 6월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에 2000억원에 매각됐고, 같은해 10월 유근직 잇츠스킨 전 대표를 새 수장으로 영입했다.

유 대표는 재기를 위한 발판 마련에 주력했다. 명동에 있는 기존 스킨푸드 1호점 자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를 새롭게 열었고, 기존 노세일 정책을 접고 상시세일을 도입했다.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해 사실상 경쟁사인 올리브영에 일부 제품을 입점시켰다. 지난해 말에는 인기 유튜브 방송 ‘네고왕’에 출연하면서 파격 할인 행사도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타격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발길이 줄면서 스킨푸드의 매장 수는 빠르게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564개였던 스킨푸드 매장 수는 2019년 말 기준 68개로 감소했다. 이날 기준 스킨푸드 홈페이지에 등록된 매장 수는 37개다. 약 1년 3개월 만에 절반 가량 더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3월 조정열 대표를 새롭게 영입한 에이블씨엔씨는 오히려 적자(680억원)로 전환했다. 매출은 27% 감소한 3075억원에 그쳤다. 조 대표는 취임 직후 온·오프라인 채널 재정비에 나섰다. 자체 H&B스토어 ‘눙크’를 선보였고, 온라인몰 ‘마이눙크닷컴’을 열었다. 이어 기존 미샤 매장을 편집숍 형태로 바꾼 ‘미샤플러스’도 선보였다.

에이블씨엔씨는 비효율 매장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처리 문제를 적자의 원인으로 꼽았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미샤 매장 164개를 닫은 데 이어 올해 1~3월에도 30개를 추가 폐점했다. 현재 남은 매장 수는 400여개다. 해외 진출을 위한 무리한 투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4월 미국 현지에 법인(Able C&C US INC.) 설립하며 7년만에 미국 시장 재진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현지 유통 에이전시의 사업(영업권 등)을 76억원에 사들였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3월 창업자인 정운호 대표를 4년 만에 재선임했다. 정 대표는 2015년 해외원정 도박 사건과 법조계 ‘구명 로비’ 등 혐의로 복역했다가 2019년말 출소했다. 그는 복귀와 동시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신제품 개발과 디지털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러나 경영 상황은 더 악화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20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59% 늘어난 것이다. 매장 수는 2018년 629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435개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방문 고객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수장을 교체한 이니스프리와 잇츠한불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양사 모두 적자는 피했지만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전년(626억원) 대비 89% 급감한 69억원에 그쳤고, 잇츠한불의 영업이익은 37억원으로 전년(130억원) 대비 71% 급감했다.

잇츠한불은 최근 또 다시 대표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말 김양수 네오팜 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전임인 이주형 전 대표는 9개월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갑작스런 인사에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에 따른 경질성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로드숍 브랜드들은 온라인 채널 확장과 배송 서비스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품부터 대기업 브랜드까지 대부분 화장품 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가 많아진 것도 로드숍의 성장세가 꺾인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채널 다각화와 소비자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