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니콘 기업 610개 중 94개가 핀테크 기업으로, 스타트업 분야 중 가장 투자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 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최근 전 세계의 유니콘 스타트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국내 기준 1조원)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데, 소위 성공한 스타트업의 기준으로 삼는다.

핀테크 유니콘 총 가치 425조원…전체 유니콘 중에서 가장 커

지난달 24일 기준 610개 전체 유니콘의 기업가치는 2조330억달러(약 2295조원)였다. 핀테크 유니콘들의 기업가치는 3770억달러(425조원)를 기록해, 유니콘들 중에서 가장 큰 부분(18%)을 차지했다.

그래픽=정다운

CB인사이트는 주기적으로 유니콘 스타트업을 집계해 발표한다. 회사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Auto & Transportation) ▲소비재(Consumer & Retail) ▲사이버보안 ▲데이터 ▲이커머스 및 소비자 직접 서비스(DTC) ▲에듀테크 ▲핀테크 ▲하드웨어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모바일 및 통신 서비스 ▲공급사슬 및 물류 ▲여행 ▲기타 등 15개 기업군으로 스타트업을 분류한다.

핀테크 기업의 성장은 유니콘 기업 개수에서도 나타난다. 핀테크 유니콘 개수는 94개로, 소프트웨어 서비스(96개)에 이어 두번째였다. 2020년 3월 60개, 2020년 11월 71개, 2021년 3월 94개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이 501개에서 올해 초 610개로 109개 늘어났는데, 핀테크는 그 중 23개를 차지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30개로 가장 많이 늘었지만, 이 분류에는 가상 이벤트 플랫폼 호핀(Hopin), 병원 전용 클라우드 시스템 포인트클릭케어(PointClickCare), 마인드 코칭 플랫폼 베터업(BetterUp) 등 다양한 업종들이 포함됐다. 다시 말해 핀테크 보다 대상 기업의 범위가 넓어, 그만큼 늘어난 기업 수도 많았다. 핀테크 다음으로는 헬스케어 분야가 12개로 증가폭이 컸다.

◇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 가치 108조원…상장 전 페북·우버보다 높아

핀테크 유니콘 중 가장 가치가 큰 기업은 온라인 결제 플랫폼 기업 스트라이프(Stripe)로 950억달러(약 108조원)에 달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존 콜린슨 형제가 2010년 창업한 이 기업은 간편한 시스템과 저렴한 카드 수수료를 앞세워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 기업으로 떠올랐다.

스트라이프는 소상공인이 결제 시스템을 연동하는 데 드는 과정을 대폭 줄였다. 이 덕에 페이팔보다 편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수수료를 기존 카드사보다 1~2%포인트 가까이 줄여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상장 직전 기준으로 이미 페이스북(800억달러), 우버(72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뛰어넘었다.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와 경쟁 업체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도 투자했다.

핀테크 기업 중 기업가치 2위는 브라질의 인터넷 은행 누뱅크(nubank)로 25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인도의 결제 서비스 페이티엠을 운영하는 원97 커뮤니케이션(One97 Communications), 영국의 결제 서비스 회사 체크아웃닷컴(Checkout.com), 챌린저 뱅크(금융시장 혁신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은행)를 표방하는 미국의 차임(Chime), 스웨덴의 클라르나(Klarna) 등이 뒤를 이었다. 증권 거래 플랫폼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로빈후드와 암호화폐 기업 리플의 기업가치도 100억달러를 넘었다.

◇ 미국 46개로 가장 많고 영국과 중국이 뒤 이어…한국은 3년째 토스 하나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핀테크 유니콘이 46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국이 12개, 중국 8개, 인도 7개, 브라질·독일 각 4개, 호주·이스라엘 각 2개 등이었다. 한국은 일본, 스위스,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우루과이 등과 함께 1개의 핀테크 유니콘을 보유했다.

국내에선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2018년 12월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이후에는 아직 이렇다 할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 없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척박한 국내 규제 환경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대기업 위주로 금융업이 발달한데다, 유니콘 진입 전 미리 상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령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케이뱅크 등이 추산가치가 이미 유니콘 수준을 넘었거나 그 수준에 육박하고 있지만, 각각 카카오와 KT 등 대기업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어 유니콘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경리나라 등 기업용 핀테크 솔루션을 제공하는 웹케시와 간편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세틀뱅크는 201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이 각각 4937억원, 2996억원 규모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유니콘 개수에서 앞선 나라들에 비해선 시장이 작다 보니 국내 핀테크 유니콘 배출이 아직 활발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며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등 정부 규제 완화 기조가 계속되면 더 많은 핀테크 유니콘이 생겨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