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 매출 1000억원 돌파...연매출 1조 달성 관측도
MZ세대 브랜드 및 맛집 유치...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
1조클럽 가입 백화점, 전국에 5곳뿐...현대 판교점 5년 이상 걸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의 첫 달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속도라면 연내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점 첫 해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백화점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픽=박길우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은 사전 개장일인 2월 24일부터 3월 21일까지 26일간 약 9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첫 달 매출은 약 11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비중은 패션이 32%, 비 패션이 68%다. 개점 초 LG·삼성 등 가전·리빙 할인 판매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사전 개장일부터 6일간 매출은 372억원에 달했다. 2015년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개점 첫 주말(8월 19~23일) 거둔 매출(181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성적이다. 개점 초 장사가 잘되는 이른바 '오픈발' 효과도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명절이나 연말연시 특수가 끼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올해 더현대서울이 매출 6300억~7000억원을 기록하고, 2025년 연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이런 추세라면 개점 1년 차인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코로나19로 장기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보복 소비'로 분출되면서 오프라인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성장세가 계속되리란 예측이다.

국내 백화점 중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다섯 곳이다. 이중 가장 빨리 연 매출 1조원을 넘은 곳은 지난해 1조 클럽에 가입한 현대 판교점으로, 개점 후 5년 4개월이 걸렸다. 만약 더현대서울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게 되면 '최단기간 1조 클럽 가입'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절반을 조경 공간으로 구성하고 지하 2층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게 익숙한 브랜드로 꾸며 젊은이들이 꼭 가봐야 할 핫플레이스(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개장한 더현대서울 전경.

더현대서울은 점포 내에 숲과 인공폭포를 들여놓는 등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로 이목을 끌었다. 전체 면적은 축구장 13개(8만9100㎡) 크기로 서울에서 규모가 가장 크지만, 실제 영업 가능한 면적은 49%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평균 영업면적(65%)보다 30%가량 작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인기 매장도 유치하지 못했다. 하지만 점포 절반을 휴식 및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MZ세대가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와 맛집을 대거 유치해 고객을 끌어 모았다.

더현대서울은 개점 첫 달 주중엔 일평균 4만~5만명, 주말엔 8만~9만명이 방문했다. 사진 인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더현대서울'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7만3000건 이상 게시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더현대서울 입점에 회의적이던 3대 명품 브랜드들이 개점 후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자 입점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주요 명품들이 빨리 입점할 경우 전망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이라는 전형적인 쇼핑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으로 공간을 연출한 것이 코로나 시대와 잘 맞아떨어졌다"라며 "특정 상권의 반경이 아니라 차별화된 공간으로 더현대서울이 서울 시내 전체를 아우르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