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초구 "공시가격 엉망" vs 국토부 "사실 아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 야당 소속 정치인이 이끄는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가 2021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의 적절성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공시가격은 종부세·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과 건강보험료, 노인기초연금 수급자 등을 결정하는 행정지표로 쓰인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9억원을 넘으면 1가구 1주택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식이다.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지사와 조은희 구청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오류 사례를 제시하고 "부동산 가격 공시에 대한 정부의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지자체는 관내 공동주택 등을 자체 조사해 이같은 오류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제 국토부는 6일 김수상 주택토지실장,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 등 부동산 공시 관련 최고위급 실무진이 총출동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왼쪽)과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초구와 제주도 등 공시가격 산정 기준과 관련한 브리핑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 제주도·서초구 "부동산 공시가 결정권, 지자체로 이양하라"

제주도청에 따르면, 제주도 제주시 아라동의 A아파트는 올해 4개 동(棟) 중 1개 동이 1층부터 5층까지 전 가구의 공시가격이 5.2~13.7% 올랐다. 그러나 나머지 세 동은 전체 가구가 작년보다 공시가격이 내렸다.

제주시 아라동 B아파트에선 같은 동에 속한 4개 라인 중 2호 라인 집들은 작년보다 11.0~11.5% 내렸지만, 옆의 4호 라인은 집마다 6.8~7.4%가 올랐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일부 동은 공시가격이 30% 오르고, 다른 동은 전혀 오르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지역 요인이나 물리적 특성이 같은 아파트들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다른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조사·산정자의 전문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훼미리 아파트102동의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29.5% 오른 9억6700만원이 됐지만, 바로 옆 동인 101동의 공시가격은 14.9% 상승한 8억800만원에 그쳤다. 9억원을 기준으로 나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102동은 속했지만 101동은 빠진 것이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작년 준공된 서초동 C아파트의 전용면적 80㎡는 작년 실거래가가 12억6000만원이었는데 공시가격은 15억3800만원으로 책정됐다.

토지임대부 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공시가가 역전된 사례도 있었다. 서초구 우면동의 토지임대부 아파트인 LH서초5단지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10억1600만원이지만, 분양 아파트인 인근 서초힐스의 같은 면적 공시가격은 9억8200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초힐스 공시가가 더 높았으나 올해에는 LH서초5단지 공시가가 53.9% 올라 가격이 역전됐다.

◇ 국토부 "이달 29일 산정 기초자료 공개"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 관련 최고위급 실무책임자인 김수상 주택토지실장과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이 6일 직접 브리핑을 열고 제주도·서초구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같은 동 안에서 공시가가 오른 라인과 내린 라인이 있다’는 제주도의 아라동 B아파트 관련, 국토부는 "시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1·4라인은 33평형이고 2·3라인은 52평형인데, 실거래 사례와 KB·부동산원 시세정보에 따르면 33평형은 가격이 상승했지만 52평형은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비싸다’는 서초동 C아파트와 관련, 국토부는 "12억6000만원이란 실거래 가격은 적정 시세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0년 신축된 31평(80.52㎡)형으로 유사한 인근 거래가가 18억~22억원 정도이고 같은 단지의 전세가격이 11억원 정도인 상황에서 12억6000만원이라는 가격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이야기다.

인근 분양아파트인 서초힐스의 가격을 뛰어넘은 우면동의 토지임대부 아파트 LH서초5단지에 대해서는 "2011년에 분양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라며 "이미 건물 부분에 대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시세도 형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같은 단지 내에서 동별로 운명이 엇갈린 제주시 아라동의 A아파트나 반포동 반포훼미리 아파트에 대해서는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29일 공시가격 결정·공시에 맞춰 공시가격 산정기초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