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유 선박 에버기븐 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면서 세계 물류가 막힌 틈을 타 중국 관영매체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1년 3월 29일 수에즈 운하를 막고 있는 에버기븐호.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과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 중 처음 언급했다. ‘일대(一帶)’는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에서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60여개 연선국가의 인구는 약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 경제규모는 21조 달러(약 2경3500조원)로 전 세계의 29%를 차지한다.

일대일로의 추진 배경에 대해 유라시아 육로와 바닷길을 장악해 중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인프라 관련 투자를 통해 국내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5일(현지 시각) 환구시보의 영문판 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전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자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새로운 선택지를 찾고 있다"며 일대일로를 예시로 들었다. 중국이 중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가 새로운 공급망 다변화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최근 전세계 공급망엔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해운 운송이 멈추며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 봉쇄령이 내려진 국가들에서 집콕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비가 늘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선들이 급증하며 공급망에 부하가 걸린 것이다.

지난 23일 수에즈 운하에서 에버기븐호가 좌초된 사태는 기존 공급망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장 큰 길목인 수에즈 운하가 막히며 시간당 4500억원에 달하는 물류 지연 피해가 생겼다. 만조를 틈타 에버기븐호가 재운항에 성공한 덕분에 현재 수에즈 운하는 정상가동되고 있지만, 후유증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타임즈는 잇따른 공급망 충격에 따라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에즈 운하 사태 이후 상품을 제 시간 안에 운송하기 위해 몇몇 기업들에 선박이 아니라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 묻는 고객들의 전화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의가 평소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한다.

글로벌타임즈는 영국 정치인 톰 포디를 인용해 "수에즈 운하 사태가 비교적 단기간인 7일만에 해결됐지만 여파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유라시아 철도를 통한 화물 운송 노선에 힘을 쏟으려는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물류 온라인서비스플랫폼 윈치나의 저우스하오 CEO는 수에즈운하 사고 이후 화물열차 운송 문의가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배로는 30~40일이 걸리지만, 기차로는 15~25일 안에 도착한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중국 저장성의 또다른 국제 물류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바오 씨도 글로벌타임즈에 "중국에서 독일 함부르크로 가는 전자기기 등을 실은 긴급 화물 열차 운송이 30~35%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에즈 운하가 풀렸지만 그간 운송되지 못했던 화물들이 쌓여 있다"며 더이상 지연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철도 쪽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 기대했다.

글로벌타임즈는 해운운송보다 철도운송이 정시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상하이의 해운업계 전문가인 밍화는 "코로나로 인해 항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해운운송의 정시성이 40~60%수준으로 낮아진 데 비해, 중국과 유럽을 잇는 철도의 정시성은 최대 80% 수준으로 월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