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기반 이커머스 전문 기업 카카오커머스
지난해 매출 5700억 기록하며 계열사 중 1위
번 돈의 30%는 수수료 등 카카오 내부거래로

그래픽=정다운

카카오는 국내 대기업 중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기준 144개 계열사를 둔 SK가 1위이고 이어 카카오가 105개를 거느리며 두 번째인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는 페이(결제), 뱅크(은행), 모빌리티(운송), 콘텐츠 등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는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알짜배기 회사들이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매출, 이익으로 제일 잘 나갔던 계열사는 카카오커머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쇼핑 등과 같은 플랫폼 기반 전자상거래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커머스의 매출액은 5735억원으로 계열사 중 1등을 했다. 카카오 주요 종속 기업의 전체 매출액 2조6719억원 가운데 약 21%를 차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종속기업 전체 순이익 1980억원 중 62%에 달하는 123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2019년 매출 기준으로는 카카오게임즈가 1등이었다. 그러나 1년 사이 카카오게임즈는 매출이 2019년 3220억원에서 2020년 3780억원으로 약 17% 늘어난 반면 카카오커머스는 같은 기간 2960억원에서 5735억원으로 94% 증가했다. 카카오커머스의 영업이익, 순이익도 각각 전년보다 111%, 114% 늘었다.

카카오커머스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카카오 캐릭터 관련 사업을 하던 카카오IX의 리테일부문을 흡수합병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높은 성장률이다. 합병 전 카카오IX의 2019년 매출은 1450억원이며 합병 당시 떼어낸 리테일부문의 기업가치는 카카오IX 전체 기업가치 중 43%(감자비율)다. 이를 2019년 카카오커머스 매출에 반영(1450억원×43%=620억원)해 단순 합산(2960억원+620억원=3580억원)해도 합병법인은 60%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커머스가 성장하며 카카오에 흘러가는 내부 거래도 확대됐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카카오에 지급수수료로만 약 1710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커머스가 지난해 5730억원 벌어서 그중 30%를 모회사 카카오에 준 셈이다. 지급수수료란 특허권 사용료라든지 로열티, 결제 수수료 등을 가리키는 항목이다. 카카오커머스의 경우 지급수수료 대부분이 결제 수수료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커머스의 강점은 전 국민을 트래픽으로 보유한 카카오톡 플랫폼이다. 다양한 상품과 가격비교 등 오픈마켓이 주력인 네이버나 압도적인 물류시스템으로 배송에 특화한 쿠팡과는 결을 달리한다.

카카오커머스의 강점을 살린 대표 서비스가 ‘선물하기’다. 선물하기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고성장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만나지 못하는 가족, 지인에게 마음을 보내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중 카톡 선물하기 거래액만 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선물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52% 성장했고, 12월 기준 선물하기 이용자 수는 2173만명으로 집계됐다.

주문생산형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 카톡 내 상점을 여는 오픈마켓 ‘톡스토어’ 등 신사업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카카오커머스의 성장은 ‘톡보드’ 등 카톡 광고 확대로 이어지며 사업적으로 선순환을 촉진한다.

카카오커머스는 올해 주요 서비스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사업을 더 벌이기보다는 상품을 다변화하고 이용자 유입을 늘리는 등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명품 선물하기에는 현재까지 구찌, 프라다, 몽블랑, 샤넬 등 1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제품군도 기존 화장품, 액세서리 등 잡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 각종 생활용품이나 가전 등 카테고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지난 2월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이 아직 50% 이하로 남아있는 만큼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면서 "하이엔드(고품질) 상품 등 이용자 관여도가 높은 영역을 중심으로 카카오커머스가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