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 샤오미 회장 "전기차 사업, AIoT 생태계 확대에 필수"

중국의 '만물상회' 샤오미(小米)가 전기차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앞으로 10년간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샤오미의 스마트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샤오미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이지만 볼펜부터 신발, 스마트TV, 로봇청소기 등 만들지 않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제품군이 다양하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초저가에 판매하면서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덕분에 설립 11년 만에 엄청난 고성장을 이뤘다. 샤오미가 자동차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질지 이목이 쏠린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전기차 사업은 내 인생의 마지막 기업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샤오미 스마트 전기차의 미래를 위해 싸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샤오미는 지난 두 달 동안 200여 명의 업계 전문가와 85차례의 간담회를 갖고, 여러 차례의 내부 토의를 거친 결과,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레이쥔 회장은 지난 2월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니오 창업자를 만나 전기차 사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쥔(왼쪽) 샤오미 회장과 윌리엄 리 니오 CEO.

샤오미의 전기차 진출 선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이 회사가 구축해온 '샤오미 생태계' 때문이다. 설립 초기 샤오미가 경쟁사 제품의 절반 값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초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키웠다면, 최근에는 기술 투자를 확대해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하려는 레이쥔 회장의 전략이 숨어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기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 MIUI를 개발했는데, MIUI를 중심으로 구축된 AloT 생태계는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 스마트TV나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스피커 등 샤오미 전자제품에는 대부분 IoT 기능이 탑재돼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원격 작동할 수 있다. 샤오미 제품이 늘어날수록 사용자의 편리성도 확대되는 구조다. 이런 샤오미 생태계가 집 밖, 자동차로 확대되면 한 번 샤오미 제품을 산 소비자를 이 생태계에 가둬버리는 '록인(lock-in·가둬두기) 효과'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샤오미의 이런 전략은 레이쥔 회장이 "스마트 전기차는 스마트 라이프에서 없어선 안 될 요소"라며 "AIoT 생태계를 확대하는 기업으로서 전기차 사업 진출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한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샤오미는 전기차 사업 계획을 공개하면서 언제, 어떤 제품을 출시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샤오미의 가성비 전략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중국 현지에선 샤오미가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달리는 전기차를 10만위안에 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차 분야에서는 샤오미가 스마트폰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지만 안전 문제에 있어 신뢰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기차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싼 가격이 아주 큰 경쟁력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