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함께 올해 디지털 자산 돌풍을 이끈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달 11일 경매에서 800억원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된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

NFT란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JPG 파일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종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작품의 진품을 인증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아져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최신 기술인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NFT로 팔 수 있는 상품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잭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쓴 첫 트윗 "내 트위터 설정 중(just setting up my twttr)"은 지난달 22일 말레이시아 블록체인 기업인 브리지오라클의 최고경영자 시나 에스타비에게 290만 달러(약 33억원)에 낙찰됐다. 도시가 판 트윗은 흔히 볼 수 있는 트위터 캡처 파일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잭도시의 트위터에 들어가 트윗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저장된 수많은 캡처 파일 중 ‘진품’이라고 인정되는 것은 에스타비가 구매한 파일 단 한 개뿐이다.

지난달 11일에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뉴욕 경매에서 NFT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디지털 아트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를 6930만 달러(약785억)에 거래를 성사시키며 큰 화제를 모았다.

경매가는 마지막 순간에 두배 이상 뛰어올랐다. 첫 경매 시작가는 100달러였다. 경매 시간이 몇초밖에 남지 않을 때까지도 3000만 달러 아래를 맴돌던 경매가는 마지막 순간에 180건이 넘는 입찰이 쇄도해 경매시간이 2분 연장되며 최종가가 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살아있는 예술가가 받은 세번째로 높은 경매가다. 1위와 2위는 각각 제프 쿤스와 데이비트 호크니다.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은 비플로 불리는 이 작가가 2007년 부터 매일 온라인에 게시해 온 사진을 모아 만든 콜라주 작품이다. 루이비통과 저스틴 비버, 케이티 페리와 같은 팝스타와 함께 작업했다. 14년째 매일 쌓여 온 이 프로젝트 덕분에 ‘비플’은 SNS상에서 약 25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이번 ‘에브리데이즈’경매에 처음으로 이더리움을 통한 결제를 허용했다. NFT는 이밖에도 음악, 스포츠 영상에도 적용되는 등 확장하는 추세다.

블룸버그는 NFT 시장 데이터를 집계하는 ‘Nonfungible.com’의 최신 자료를 인용, 이달 들어 NFT 기술을 활용한 작품 등의 평균 가격이 1400달러로, 최고점이었던 2월의 4300달러와 비교하면 70%나 빠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함께 NFT 가격 급락이 자산 거품 붕괴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함께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로 생성된 유동성 잔치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 윌머 피츠버그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NFT 기술이 예술 작품을 암호화 방식으로 보호할 수 있지만, 인증 기술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은 위조품에 속기 쉽다"며 "많은 사기꾼이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잭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쓴 첫 트윗(사진)은 지난달 22일 말레이시아 블록체인 기업인 브리지오라클의 최고경영자 시나 에스타비에게 290만 달러에 낙찰됐다.

유동성 장세로 그동안 주가와 부동산, 비트코인, 원자재 등 종류를 불문하고 대부분 자산 가격들이 상승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자산 가격 거품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자산 가격을 뒷받침해주던 유동성이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고용시장은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91만6000명 늘어났다. 시장 예상치인 67만5000명 증가를 웃돌았다. 실업률도 전월 6.2%에서 6.0%로 하락했다. 3월 노동시장 참여율은 61.5%로 2월(61.4%)보다 높아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도 회복세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5.6%라고 전망했다. PIIE는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5.6%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4.7%)보다 0.9%포인트 올린 것.

전통적인 투자처인 증시와 부동산 역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산 시장 전체에서 버블이 붕괴되면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일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의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31일 현재 세계 증시 시총은 107조8629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4.5% 늘어났다.

문제는 이 같은 경기 회복이 물가 상승 압박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경제학자는 CNBC에 "과도한 호황기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역임한 피터 후퍼 도이치방크 수석경제학자는 “몇 년 이내로 연준이 설정한 인플레이션 기준 2%를 초과하는 3%의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연준에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