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공사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이 지난해 3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과 코로나19로 인한 전력 수요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발전 자회사는 올해 1조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발전 자회사의 적자 누적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남동발전은 1447억원, 서부발전은 859억원, 동서발전은 441억원, 남부발전은 74억원, 중부발전은 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발전 5사의 적자 규모는 2848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모두 전년 대비 순이익과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한 남동발전은 2019년에는 32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동서발전 역시 2019년 3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중부(58억원 적자), 남부(34억원 적자), 서부(466억원 적자) 등은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국내 한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매출액의 경우 남부는 2019년 5조4393억원에서 지난해 4조3048억원, 서부는 4조4685억원에서 3조6289억원, 중부는 4조5474억원에서 4조3576억원, 동서는 4조8960억원에서 4조1878억원, 남동은 5조4204억원에서 4조3473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발전 5사가 지난해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은 정부의 탈석탄 정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저렴한 석탄발전을 줄이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을 늘려 연료 수입 비용은 증가하는데,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용 등 영업비용은 급증했다. 지난해 적자가 크게 증가한 발전 공기업은 모두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곳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LNG 발전 비중이 높은 중부·남부발전은 다른 곳보다 적자 규모가 적었다.

5개 발전사 적자에도 모회사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4조1000억원, 당기순이익 2조원 등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저유가로 민간 발전소에서 구매하는 전력 구입비용이 2조5000억원 줄었고, 연료 구입비용도 3조5000억원 감소했다. LNG의 경우 발전 자회사들이 발전 원가보다 낮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정부에 공급하고 있다. LNG 발전이 늘면 발전 자회사는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탈석탄 기조에 따라 이들 발전 5사는 올해 적자 폭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동발전은 3500억원, 중부발전은 2633억원, 남부발전은 2521억원, 동서발전은 2460억원, 서부발전은 23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자발적 석탄상한제’를 시행한다. 석탄상한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잔여 석탄발전기의 연간 석탄발전량 상한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공기업의 자발적인 석탄발전 감축을 유도하고 내년부터는 제도를 법제화할 계획이다. 기존에 시행하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더해 석탄발전 상한을 규제하면 석탄발전이 주력인 발전 공기업의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 코로나19 영향 등에 따른 전기판매 수익 급락과 전력시장 급변으로 회사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 5개 공기업은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발전 자회사의 대규모 적자는 한전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발전업계는 결국 연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이런 손실을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7일 재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때문에 정부가 전기요금을 쉽게 올리진 못할 것"이라며 "발전 공기업의 적자는 계속 쌓이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경우 이들 기업의 부실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