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지난해 12월 23일 수도권에서 처음 시작돼 다음 달 1일 시행 100일째를 맞는다. 그러나 최근 일별 신규 확진자 수는 다시 5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감염은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로망스다리 인근 벚꽃 명소에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1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506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루 300~400명대를 기록했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장기화되고 있는 거리두기에 의한 피로감과 봄철 외출과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 등으로 인해 최근 500명대로 증가했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하고 다중이용시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등 방역 관리를 강화했지만, 유행 억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지난 29일부터는 학원 내 방역관리자 지정·운영을 의무화하는 등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관리를 강화했지만, 이러한 대책도 기존 특별방역대책의 연장선이어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코로나 확산세를 억제하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사적 모임을 규제하는 데만 치우친 채 업종별로 세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못했고, 방역 조치를 위반한 사업자들에 대한 처벌도 지나치게 가벼워 곳곳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인 이상 집합금지는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들 때 정부가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조치였다"면서 "3개월 넘게 사적 모임을 5인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자영업자 등과 시민들의 피로감만 가중시킬 뿐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장기화되자, 같은 장소에서 5인 이상의 일행이 형식적으로 2~3인 단위로 나눠 앉는 ‘테이블 쪼개기’ 등 각종 꼼수도 등장해 일상 속 방역도 위태로운 상태다.

조선DB

정부의 방역 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져 곳곳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 때문에 같은 다중이용시설이라도 업종 특성에 맞는 세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사우나를 매개로 한 집단감염의 경우 진주, 울산, 대구, 전주 등 전국에서 발생했다. 특히 진주 사우나 관련 누적 확진자는 31일 기준 249명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사우나 등 목욕탕은 집에서 온수를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나 현장 노동자 등의 필요를 고려해 집합금지 조치를 풀었는데, 전문가들은 사우나가 포함된 목욕 시설에서 보다 세밀한 방역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업주들의 사정을 고려해 영업을 허용한다면, 더 철저한 이용자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특히 목욕탕 밖 탈의실은 헤어드라이어와 선풍기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퍼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고 대화도 하지 않도록 강제적인 조치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흥업소 등 위험시설에 대해서는 관리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저하게 감독하고 방역 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업자들은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방역 지침을 어기고 한밤중에 불법 영업하다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한 유흥주점의 경우 처벌을 받고도 또다시 밤 10시가 넘어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방역수칙 위반으로 적발된 손님과 종업원 등이 100명 가까이 됐는데, 이번에는 지하 유흥주점에서 같은 건물 5층까지 달아나 몸을 숨겼다가 경찰에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최대 백화점인 여의도 ‘더 현대 서울’과 ‘종로구 광장시장’도 방역수칙 준수 미흡으로 적발돼 계도 조치됐다.

천은미 교수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방역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유흥업소에 출입할 경우 철저하게 인원수를 제한하고 신속항원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면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는 계속되지만,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거나 거리두기를 소홀히 하는 다중이용시설이 많아 방역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라며 고 말했다.

그는 "식당에서도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을 경우 2~3달 영업 정지 조치를 내리는 등 실제로 타격이 갈 정도의 강력한 행정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면서 자영업자들이 폐쇄 조치 대신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력한 방역수칙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커진 상황이다. 코로나가 확산한 지난 1년간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이 평균 절반 이상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주관으로 치러진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5일부터 3월 25일까지 전국자영업자들을 모바일 설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 1545명 중 1477명(95.6%)은 지난해 1월 코로나 발생 전과 비교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매출 감소 비율은 53.1%였다. 전체 응답자 44.6%에 해당하는 689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40명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1년 이내 폐업을 생각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