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대 핵심기술 선정…2023년 R&D 본격 착수
2030년 태양광 효율 27%→35%, 풍력 발전용량 3배↑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한 모습을 상상한 그림.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 31일 확정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최기영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장관이 주재하는 제16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의 경우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과 제조업 비중이 높아, 이를 해결할 기술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과기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에서 추천한 산·학·연 전문가 88명이 참여해, 우리나라에 필요한 10대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10대 핵심기술.

10대 핵심기술의 첫 번째는 태양광·풍력 기술이다. 태양광의 경우 중국의 저가 기술 공세에 맞서 발전효율(태양빛을 받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을 현재 27%에서 2030년까지 35%로 높인다. 풍력의 경우 대형풍력의 국산화를 통해 발전용량을 현재 5.5㎿(메가와트)급에서 2030년까지 15㎿급으로 늘린다.

수소와 바이오에너지 기술 수준도 높인다.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인 수소는 충전단가를 1㎏당 7000원에서 2030년까지 4000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춘다. 현재 단가가 화석연료의 1.5배 수준인 바이오에너지도 2030년까지 화석연료 수준으로 낮춘다.

제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신공정 개발에도 나선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이 포함된다. 철강의 경우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 방식만으로 철강 전량을 생산한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불화가스를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적화한다.

자동차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무탄소 기술을 개발·적용해 주행거리를 현재 406㎞ 수준에서 2045년 975㎞로 늘릴 계획이다.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추가 소비하지 않는 제로에너지 건물 의무화, 통신·데이터 저전력화, 탄소포집(CCUS) 기술 상용화 등도 10대 핵심기술에 포함됐다.

원자력 관련 기술은 이번 10대 핵심기술에서 제외됐다. 한국처럼 탄소중립을 선언한 일본, 중국이 화석연료의 비중을 낮추고 에너지 공백의 일부를 메우기 위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의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과 대조된다.

정부는 10대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산과 기간 등을 올해부터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R&D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술별로 민간 최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팀을 구성해 집중 지원한다.

규제 완화 등 정책 지원도 나선다. 탄소중립 관련 신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관련 규제자유특구를 현재 11개에서 2025년 20개로 확대한다. 탄소중립 분야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녹색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탄소중립 기술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고려한다. 민간 기업이 탄소중립 기술을 도입할 경우 기존 기술보다 떨어질 경제성을 보상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연내 마련한다. 세액공제, 매칭투자, 기술료 부담 완화 등 지원책도 검토 중이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미래차 등 7개 분야의 탄소중립을 이끌 고급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내년에 201억원을 지원한다. 탄소중립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과학관 교육과 전시를 확대하고 과학의 달인 다음 달에는 ‘탄탄대로(탄소중립, 탄소제로, 대한민국 과학기술로)’ 캠페인을 추진한다.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하고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해 이런 지원을 위한 행정·제도적 기반을 만든다.

최 장관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시급한 기술혁신 과제들이 산재한 상황이다"며 "과기부가 범부처 역량을 종합해 이번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이 충실히 이행돼 탄소중립 실현을 견인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업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1일 오후 제16회 과학기술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2050년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