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보다 잘 살게 되려면 50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계 이코노미스트그룹 산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의 사이먼 뱁티스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8일(현지 시각) 미 경제전문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놓고 보면 그렇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중국의 1인당 GDP가 단기간에 미국의 1인당 GDP 수준에 이르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1인당 GDP는 6만3051.40달러로 중국(1만582.10달러) 대비 약 6배 높았다.

뱁티스트의 전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백악관 첫 기자회견에서 내놨던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내 눈앞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단임시 4년, 재임시 8년 동안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순 없을 것이란 뜻으로 읽힌다.

다만 뱁티스트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만큼은 미국의 우위를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시절 미국이 아시아 내 영향력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여파란 설명이다. 역내 양강 체제가 깨지는 시점으로는 2030년대를 꼽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1년 8월 방중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과 함께 베이징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뱁티스트는 중국 경제가 2032년 즈음 세계 최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홀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당초 2034년에서 2년이나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실제 중국의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 7.3%에서 올해 1~2월 35.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춘절 이동제한조치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로 중국 수출은 18.1%에서 60.6%로 늘었다. 소매판매(4.6%→33.8%), 고정투자(누계기준 2.9%→35%) 등 주요 내수지표 증가세도 확대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주요 지표가 폭락했던 만큼 연초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 비교하면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다.

미국 경제만 봐도 2월 소매판매가 전월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 한파로 인한 일부 지역의 경제활동 제약 등으로 감소로 전환되는 등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유럽 지역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방역조치 연장 등으로 1월 소매판매는 대폭 감소했고, 산업생산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뱁티스트는 여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중국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규모는 결국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으로 의미를 갖는 수치는 1인당 GDP라고 강조했다.

뱁티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 패권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국이 지금처럼 역내 동맹과 손잡고 견제에 나서면 중국의 급속 성장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캐서린 타이(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 아시아 전문가들을 자신의 내각에 대거 등용한 데 이어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첫 순방지로 일본을 택하면서 반(反)중국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일본, 인도, 호주 정상들과 회동해 중국 관련 의제를 논하기 전날인 지난 11일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겨냥한 새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들에 ‘미국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축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지난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모여 도움이 필요한 지역들을 돕는, (일대일로와) 유사한 이니셔티브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