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고부담금 대폭 강화… "중대 위반사고 경각심 높여"
신호위반 등 12대 중과실 사고시 가해자 수리비 청구 제한

앞으로 음주운전이나 무면허·뺑소니 사고를 내면 보험 처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는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사고의 경우 보험사가 피해자 등에게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사고부담금’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고부담금은 중대 법규 위반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보험금 일부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실제 운전자가 내는 부담금이 적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9월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치킨 배달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고 보험금 2억7000만원이 지급됐으나 사고를 낸 A씨가 낸 사고부담금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음주운전에 대한 사고부담금을 의무보험의 경우 대인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물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는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사고 시 보험회사가 구상할 수 있는 금액 한도를 ‘지급된 보험금 전액’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보상금 전액을 가해자가 내게되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음주운전 등 중대 위반행위에 대한 경제적 책임부담이 크게 강화돼 교통사고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또 현행 사고부담금 적용 대상에 '마약·약물 운전'이 추가된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에서는 마약 복용 뒤 환각 상태에서 차를 몰던 A씨가 승용차 2대를 들이받고 과속으로 도주하다가 7중 연쇄 추돌사고 낸 바 있다.

이 사고로 다친 9명의 손해배상을 위해 약 8억1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으나 가해 운전자는 사고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사고를 계기로 국토부는 사고부담금 적용 대상에 마약·약물 운전을 추가해 경각심을 높이기로 했다.

12대 중과실 사고 시 가해자의 수리비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앞지르기 위반 ▲건널목 위반 ▲횡단보도 위반 ▲무면허 ▲음주 ▲보도 침범 ▲개문발차 ▲스쿨존 위반 ▲화물고정 위반 등이다.

그동안 차 대 차 사고 시 물적 피해는 과실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해 왔으나, 음주운전 등 상대방이 명백한 과실을 한 경우에도 피해자가 상대방 차량의 수리비를 보상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가해 차량이 고급차량인 경우 외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배상해줘야 하는 금액이 더 많은 경우도 있어 불공정 시비가 많았다.

국토부는 12대 중과실로 사고를 낸 경우, 가해자의 차 수리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르면 인명피해 시 치료비는 과실상계를 적용하지 않고 전액 배상해야 한다.

이번 대책 중 음주운전 등 사고부담금 강화와 마약 등 사고부담금 적용 대상 추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또 12대 중과실 사고 시 가해자의 수리비 청구 제한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관련 법령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