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이게 어제오늘 일이겠느냐"는 냉소와 함께 격한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는 글은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찰이 이 사람을 잡겠다며 LH를 압수수색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그러나 사실 블라인드 등의 LH 관련 글에는 다른 눈여겨볼 대목도 있었다. LH 직원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어느 때보다 커져 가려져 있었지만 말이다. 우선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차명거래’와 ‘정치권의 유착과 정보 활용’ 등의 문제점을 시사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치열한 취업 경쟁을 뚫고 LH에 입사한 20~40대 직원들이 느낀 조직 내 깊게 박혀있는 부조리에 대한 환멸과 분노도 들어있었다.

내부의 이런 움직임은 고장 난 브레이크를 달고 폭주해온 LH는 물론 공직사회에서 오랫동안 대물림되고 있는 불법적 행태를 근절할 실낱같은 희망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롱 글을 쓴 작성자를 색출하는 것보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숨어있는 부정을 찾아내 처벌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허술한 법과 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할 국회는 선거에만 관심이 쏠려 여야 간 ‘부동산 내로남불’ 대결만 벌이고 있다.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지만, 이것으로 투기가 근절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이 자신과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을 두곤 각종 해명을 내놓으면서 적군의 부동산 투기를 부각하는 데만 혈안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이미 LH 투기가 한물 간 이슈인 듯하다.

정부는 또 어떤가. 수사는 신속하게 착수되지 못했고, 과정도 지지부진해 시원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언론이 찾아낸 것이 더 많아 보일 정도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와 당사자인 LH는 리더십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공급 불안은 커지는 모양새다. 3기신도시를 차질없이 추진한다고 하지만, 투기가 펼쳐진 곳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면서 신도시를 짓겠다는 것인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전국 집값은 두 달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LH 사태를 계기로 확장된 정치권과 사회의 논의가 핵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에도 투기꾼 탓만 하다가 지나갈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번 논란으로 시작된 논의의 결말이 공직 사회 내부 시스템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LH 때리기와 일부 기획부동산업자 처벌로 마무리되고 끝나버릴 것입니다." 엊그제 만난 한 전문가의 예언이 현실이 될까 우려스럽다. LH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돼가는 지금,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