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49)씨는 전염력이 강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3개월간 단 한번도 대형마트를 가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물품 주문을 하고 있다. 김씨는 "배송 때마다 대형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등 일회용 포장재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만, 앞으로도 인터넷 주문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회사원 최모(54)씨는 코로나 사태 전만 해도 배달음식을 잘 시켜먹지 않았고, 배달앱 사용법도 잘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이랬던 최씨가 지난 1년 사이 배달음식 마니아가 됐다. 최씨는 "요즘엔 일주일에 3~4번은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식당에 가서 먹는게 불안해 비대면인 배달음식 의존도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폐기물 선별소에서 작업원들이 플라스틱을 선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이어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집콕’ 생활과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포장 용기 재료인 폐플라스틱 등 배달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라스틱 폐기물이 전년 대비 약 20% 늘었다. 각종 페트병과 배달음식을 담는 용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종이 폐기물도 전년 대비 약 25% 증가했다. 택배 주문이 늘면서 각종 일회용 상자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택배상자 수만 약 33억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국의 폐기물 선별장들은 급증한 포장재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몸살을 앓고 있다. 한 폐기물 선별장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1년 사이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이 1.5~2배 정도 늘었다"면서 "폐플라스틱 값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져 큰 돈이 안 된다"고 했다. 버려지는 포장재 폐기물양이 지난 한 해동안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한꺼번에 늘어나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페트(PET) 플라스틱 단가는 260~270원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 1월(330원)과 비교하면 20% 가량 떨어졌다.

이처럼 폐플라스틱 가격이 떨어지면 수거업체들이 물건 받기를 꺼려해 폐기물 재활용이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2018년부터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 관계자는 "폐플라스틱 선별 작업에 들어가는 인건비 대비 플라스틱 단가가 너무 떨어지면 수거를 할수록 손해를 본다"면서 "해외에서도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가 크진 않아 수출문도 좁은 상황"이라고 했다.

한 폐기물 재활용센터에 압축된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이 적재된 모습.

앞서 지난 2018년 5월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기존 배출량에서 절반 이상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34%에서 70%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의 '폐기물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카페 등에서 취식 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한 것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꾼 것 역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플라스틱 이용량이 급증한 데다, 단가 하락으로 기존 수거업체들의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되면서 정부의 폐플라스틱 배출 억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 여파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경제성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환경부 안팎에서도 폐플라스틱에도 종이박스처럼 생산업체들이 지원금을 부담하도록 하자는 건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한선우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팀장은 "그래도 최근 유가 반등으로 플라스틱 원재료값이 소폭 오르면서 지난해보다는 재활용률이 소폭 상승한 것 같다"며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업체들이 별도의 재활용 지원금까지 분담해 준다면 재활용 비율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