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42유로 돌파...2005년 개장 이후 최고치
석달 사이 가격 30% 가까이 뛰고 상승세 유지
EU 오는 6월 탄소국경세 법안 초안 공개키로
美 가세…"파트너들도 우리만큼 비용 치르라"

독일 복스베르크의 한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기가스가 뿜어져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CER)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속화 등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진 가운데 세계 최대 거래 시장인 EU의 CER 수요 대비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2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CER 가격은 지난 15일 톤당 42.15유로로 2005년 개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일주일 넘게 40유로대를 유지하고 있다. CER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40유로를 돌파한 건 지난달 11일이다. 작년 30유로 초반대에서 석달 만에 30% 가까이 오른 것이다.

글로벌 CER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EU에서 배출권 가격이 급등한 건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EU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해 EU의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오는 6월 탄소국경세(CBAM) 법안 초안을 발표해 2023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CER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했다. 증권사와 개인투자자 등도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EU의 경우 국내 시장과는 달리 금융자본의 CER 투자 진입을 허용해 활발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기 회복 속에 CER 거래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규제 강화와 경기 회복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올해 연말 배출권 가격은 톤당 80유로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 이어 美도 탄소국경세 검토…글로벌 이슈로 부상

탄소국경세는 자국 기준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 및 기업의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탄소배출 감축에 소극적인 기업이나 국가를 패널티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친환경 의제를 연결고리로 새로운 무역장벽이 출현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격인 유럽위원회(EC)의 파올로 젠틸로니 경제·과세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에서 "6월부터 시멘트, 철강, 비료, 전력 등 일부 품목에 대한 탄소배출 제재 방안을 담은 법안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이어 "탄소국경세 메커니즘은 전세계적인 '그린 뉴딜'의 일부로서 탄소 중립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각국 정부도 기후 변화 의제에 집중하면서 탄소 감축은 글로벌 현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탄소국경제 도입 검토는 배출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독자적으로 입법을 준비하던 EU에 거대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의회에 제출한 통상정책 연례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국경 조정(carbon border adjustments)'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9개 주제 가운데 '경기 회복'과 '노동자 보호'에 이어 3번째로 이름을 올릴 정도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분리할 수 없다"며 탄소국경제 도입을 예고했다. 미국이 친환경 제조공정 조성에 막대한 비용을 들인 만큼 무역 파트너들도 비용을 치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행정부도 EU와 유사한 방식으로 탄소국경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자국 산업이 부담한 비용을 관세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EU는 수입품에 대해 직접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 또는 모든 제품에 일괄 과세한 뒤 탄소배출이 적은 기업에 환급해주는 방식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