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명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2만8000원, 거기에 팝콘, 음료까지 하면 거의 5만원 돈이 드네요."

지난 주말 영화 ‘미나리’를 관람했다는 직장인 박채은(30)씨는 불만을 터뜨렸다. 영화관 1위 CJ CGV가 4월 2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올리기로 하면서다. 연인이 주말에 일반(2D) 영화를 보려면 둘이서 2만8000원을 내야한다. 3D 영화는 3만원이다.

CGV의 관람료 인상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6개월만이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두 업체는 아직 관람료 인상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에도 CGV가 10월 중순 관람료를 인상한 지 한 달여 만에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잇달아 관람료를 올렸다.

인상의 주된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부진 때문이다. 영화관들은 한국 영화산업 구조상 전체 매출의 76%(2019년 기준)가 극장 관람료 매출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관람료 인상이 영화업계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매출액은 5104억원으로 전년의 10분의 3 수준이다. 2005년 이후 최저치다. 관람객이 부담하는 영화 관람료는 영화발전기금 390원(3%)을 뺀 나머지를 투자·배급사와 영화관이 절반씩 나눠갖는 구조다. 영화관들이 관람료 추가 인상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관람료를 나눠갖는 시장 참여자 모두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관람료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극장이 잘 될때는 표 값을 인하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넷플릭스, 왓챠 등 영화관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가 늘어난 상황에서 대책없이 관람료만 올리는 극장은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잭팟’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올해 2월 한국인의 넷플릭스 유료 결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2% 급증한 72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금액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는 무서운 성장세로 국내 영화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이용률은 66.3%로 전년(52%) 대비 14.3%포인트 높아졌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안방에서 영화·드라마 등을 본다는 의미다.

영화관은 가격 경쟁력에서 OTT에 밀린다. 넷플릭스 구독료는 월간 기준 베이직 9500원, 스탠다드 1만2000원, 프리미엄 1만4500원이다. 성인 한 사람의 주말 영화관람료 수준이다. 이에 더해 다른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수 있어 한 사람당 월 3600원(프리미엄 기준)만 내면 수백개의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온라인 카페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TV 계정을 공유할 사람을 모아 월 구독료를 나눠내는 식이다.

콘텐츠 경쟁에서도 밀려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개봉을 미루던 영화들은 OTT 직행을 택했다. 지난해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승리호’, ‘차인표’ 등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개했다. CGV 관계사인 CJ ENM은 지난해 개봉을 연기했던 기대작 ‘서복’을 오는 4월 15일 OTT 서비스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다. 이런 방식을 택하는 영화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CGV가 관람료를 인상한 이후 영화관 매출은 회복됐을까. 영화관들은 게임 공간 대관 서비스, 코미디 쇼, 뮤지컬 실황 중계, 가상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객 모시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영화관 매출은 전년 대비 54% 감소한 287억원에 그쳤다. 여전히 2004년 이후 2월 기준 최저치다.

관람료 인상은 영화관이 당장의 피해를 모면하는 데 일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손실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결국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관객이 줄면 영화관 이익이 또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 그때 또 영화관은 관람료 인상을 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