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터키·러시아까지 신흥국 금리인상… 긴축정책 현실화하나?

브라질, 터키, 러시아까지 신흥국들이 연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주 미국 연방은행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시장 달래기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값 고공행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1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2%에서 2.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브라질이 금리를 인상한 건 2015년 이후 6년만에 처음인 데다, 시장 예상치였던 0.25%포인트보다 인상 폭이 커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금리 인상 원인으로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자본유출 우려가 꼽혔다.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브라질의 지난 12개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5.2%올라 당국의 억제 목표인 5.25%에 성큼 다가섰다. 이와 함께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자본이 유출돼 달러대비 헤알화 가치도 떨어졌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경제활동이 양호하다"며 "더이상 높은 통화부양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해 정상화 과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터키도 18일 기준금리를 17%에서 19%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터키 기준금리는 8.25% 수준이었지만,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2월 터키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이상으로, 중앙은행 목표치의 3배 수준이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19일 기준금리를 4.25%에서 4.5%로 인상했다. 2018년 2월 이후 거의 3년만에 첫 금리 인상으로,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과는 반대의 결과였다. 원인으로는 역시 물가상승이 꼽혔다. 지난 2월 러시아 소비자 물가 인상률은 연 5.7%수준으로, 정부 목표치인 4%보다 높았다.

연이은 신흥국들 금리인상의 공통적인 원인은 세계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부터 전세계 국가들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부양책을 사용했지만, 최근 국내 물가가 고공행진하자 더이상 인플레이션을 두고볼 수 없었다는 평가다.

최근 곡물, 철,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슈퍼사이클(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에 돌입했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지난 2월 작년에 비해 84% 치솟은 부셸당 5.55달러 선에 거래됐고, 제조업 반등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구리는 11년만에 톤당 90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도 상승세다. 지난해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거래되던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모두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해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자본유출 우려도 금리인상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월 마지막 주 중국, 러시아, 인도 등 30개 신흥국 시장에서 하루 평균 2억 9000만달러(약 3280억원) 규모의 자본이 빠져나갔다고 발표했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최근 급등해 1.6%를 넘기면서, 위험한 신흥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미 국채 매입을 유지하고 기준금리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신흥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들의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1분기 이전에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곳의 신흥국이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하리라고 예측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멕시코, 태국, 필리핀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리라고 예측했다.

태국은 작년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로 낮췄다. 코로나19에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오는 24일 나온다.

블룸버그는 필리핀 중앙은행도 경제회복을 위해 금리를 유지하리라고 예측했다. 필리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벤자민 디오크노도 이번 달에 "기대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