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기존의 주유 문화와는 다른 ‘충전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차량을 충전하는 동안 충전소에 마련된 카페나 문화공간을 이용하거나 쇼핑센터 충전기를 이용하는 사이 쇼핑을 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포르쉐의 자체 충전 네트워크 구상도.

포르쉐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브랜드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공개했다. 포르쉐의 설명에 따르면 포르쉐의 새로운 충전소는 천장에서 길게 내려오는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차징공간, 테이블과 의자로 구성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대기공간으로 이뤄졌다. 포르쉐는 유럽 주요 고속도로에 새로운 충전소 설립을 계획 중이며 고품질 충전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체가 ‘고품질 충전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기차 충전시간이 길고, 충전 기반시설이 아직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특별한 경험’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충전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최신 모델인 현대차(005380)의 아이오닉5나 테슬라 모델Y를 급속충전기로 충전해도 20분 가까이 소요된다.

또 집이나 직장 등 일정한 충전 거점이 없는 전기차 운전자들은 공용 충전소를 이용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 충전소들이 여유공간에 운전자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나 문화공간을 설치하는 이유다. 전기차 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처럼 기름 냄새나 매연이 없고 화재사고 등의 위험이 적어 식당이나 마트가 결합된 복합쇼핑몰들도 충전기를 유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강동 EV스테이션.

현대자동차는 SK네트웍스(001740)와 손잡고 지난달 새로운 충전소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며 카페, 문화체험공간을 결합한 강동 EV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충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운전자가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유명 카페·공유주방 등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800V 고전압 충전이 가능한 ‘하이차저’ 8기가 들어서 있으며 면적과 설비 면에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충전 공간이다.

긴 충전시간 동안 장을 볼 수 있도록 유통업체들과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BMW는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브랜드 첫 차징 스테이션을 열었다. 3개의 충전기를 설치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아이파크몰을 구경하거나 BMW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을 시승해볼 수 있다.

홈플러스는 전기차 충전기를 확대 설치하고, 주차장을 신차 시승센터로 활용해 전기차를 마트 점포에서 판매한다. 현재 95곳 점포에 120대의 충전기를 구비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2023년까지 충전기를 2000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우 다른 대형마트들에 비해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는데, 최근 고객들의 유인책으로 꼽히는 전기차 충전소 등을 유치해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에너지플러스 허브.

기존 주유소도 전기차 변화의 흐름에 따라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공개했다. 기존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주유·세차·정비 등 일반적인 서비스 뿐만 아니라 카셰어링 및 전기차·수소차 충전 등 모빌리티 서비스, 택배 및 드론 배송 등 물류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전기차 운전자의 시간을 채워주기 위해 커피트럭과 굿즈샵 등 가볍게 둘러보는 공간도 함께 구성했다.

SK에너지는 올해 초 서울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친환경 차량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서울시내 SK주유소 중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충전소 설치가 가능한 모든 곳에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