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과 SK바이오사이언스(바사)가 상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서 각각 미 뉴욕증시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지난 12일 새벽 쿠팡이 나스닥시장에 데뷔하자마자 사들인 ‘서학개미’와 SK바사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주관사에 하나씩 계좌를 만든 ‘동학개미’는 IPO 열풍을 몸소 보여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비상장 주식을 노리는 이들이다.

비상장 주식이란 말 그대로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으로, ‘장외주식’이라고도 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를 비롯해 비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 비상장 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에서 매매된다. 장외주식 거래 터줏대감인 38커뮤니케이션은 중고나라 카페처럼 게시판에 매매글을 올려 사고팔 수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이나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연결된 증권사 계좌를 통한 ‘안전거래’를 내세워 장외주식 매매를 중개해준다.

일러스트=이철원

요즘 장외시장은 ‘제2의 쿠팡’ ‘제2의 SK바사’를 꿈꾸는 이들로 붐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열기로 ‘따상’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 물량을 상장 전에 미리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런 니즈와 함께 비바리퍼블리카(토스)·컬리(마켓컬리)·야놀자를 비롯한 대형 스타트업, 카카오뱅크·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과 같은 핀테크·게임 기업의 상장이 예고되면서 더욱 흥하고 있다. 이 중 야놀자와 컬리의 거래가격은 최고가 수준이다.

다만 흥행 예상 장외주식만 사면 ‘만사 오케이’라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장외시장의 거래가격이 100% 상장 이후 주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IPO 마지막 대어였던 빅히트는 상장 직전까지 주당 3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상장 이후 2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보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유동성 부문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이나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전자공시시스템, 기업 홈페이지 공고, 언론보도 중 신뢰도가 높은 정보를 재가공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비상장 주식은 기업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닐뿐더러 외부에 공개된 신뢰도 있는 자료도 적기 때문에 ‘깜깜이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기업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나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몇 증권사가 비상장 기업의 분석 보고서(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소수에 그치고 있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거래가 상장 주식보다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물량이 없어서 한 달 내내 못 사고 못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각 장외시장 업체들이 유동성 확보를 내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금 증시에 투자여력이 남아돌아 장외주식까지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시장에 자금이 줄어들면 장외시장에 유입되는 이용자와 자금도 줄어들어 유동성이 더 적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비상장 주식 거래에서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비슷한 업종 내 상장기업 시가총액을 꼭 따져봐야 한다. 카카오뱅크 주식을 사려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시중은행과 시총을 비교하라는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시총이 이미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시총 합을 뛰어넘어 적정가의 5~9배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서울거래소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여부를 확인하고 기업 발표를 100% 믿기 보다는 전문가에게 확인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무엇보다 모든 비상장 주식이 나중에 ‘효자’가 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은 금물이다. 생소한 비상장 주식은 사기의 온상일 수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대부분의 주식 사기의 90%는 비상장 주식을 미끼로 삼았다"고 말했다. 흔히 A라는 불법 자문업체가 B라는 비상장주식을 미리 매수한 후에 A의 회원들에게 ‘우선 매수 기회’를 주겠다며 꼬셔 이른바 높은 가격에 ‘먹튀(차익실현 후 잠적)’하는 식이다. 또 허가받지 않은 업체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추천하고, 이 주식을 사려는 회원에게 매매를 중개하면서 거래세 등 명목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