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선 영업에 집중했던 항공사들이 비인기 국내 노선 폐지에 들어갔다. 국내선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항공사들의 적자 폭이 확대되자 노선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항공사들은 현금흐름 확보와 홍보효과 등을 이유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국내선을 유지했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최근 전남 무안공항과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노선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는 주 7회 무안~제주 노선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로 이용객이 줄면서 최근 운항을 일시 중단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노선을 아예 폐지한 것이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전경.

아시아나항공은 호남기업이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거 무안~제주 노선을 폐지했을 때도 이 노선을 유지했었다. 지난 2019년 무안~제주 노선 철수를 추진했다가 전남도와 협의 끝에 잔류를 결정했었다. 현재 무안~제주 노선은 제주항공(089590)만 유지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지난해 말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아시아나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해공항을 오가는 내항기도 이번에 폐지하기로 했다. 내항기는 주로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인청공항에서 국제선으로 환승하는 승객들이 이용한다. 국제선 이용객 감소로 인천-김해 내항기 노선을 폐지했다.

진에어(272450)도 이달 들어 여수~제주, 울산~제주 노선을 폐지했다. 제주와 내륙을 오가는 항공편 중 이용객이 저조한 노선이다. 지난 2월 제주~여수 노선은 9953명(95편), 제주~울산은 7604명(52편)의 승객이 이용했다. 포항, 양양, 원주 등 이용률이 극히 적은 지방 공항을 제외하면 제주 노선 중에 가장 이용객이 적은 곳이다. 같은 기간 제주~김해 노선은 12만2200명(827편), 제주~청주 노선은 8만4272명(572편)의 승객이 이용했다.

국내 항공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선을 폐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막히자 국내선 공급을 대폭 늘려 영업을 이어왔다. 비행기를 세워두는 것보다 적자를 감수하고 운항을 하는 것이 현금흐름 확보와 영업이익 확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사 간 국내선 출혈경쟁이 심해지고 적자가 확대되자 비인기 노선을 폐지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대부분 국내선 탑승률은 70% 수준이다. 국내 항공권 운임 평균을 3만원으로 잡을 경우 200석 규모의 여객기 1대를 운항할 때 평균 400만원 안팎의 매출이 나온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인건비와 유류비를 비롯해 이착륙비, 조업사 비용 등 항공기 1회 운항에 나가는 비용은 1000만원가량이다. 무안, 울산, 여수처럼 이용객이 적은 노선의 경우 이런 손실 규모가 더 커진다. 다른 LCC들도 이용객이 거의 없는 일부 국내선 노선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소규모 지방공항의 경우 모객이 안돼 예정된 비행기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 노선을 유지하는 의미가 없다"며 "항공기는 세워만 둬도 주기(駐機)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이번 노선 폐지로 얻는 비용절감 효과는 거의 없다. 제주 여행 수요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조만간 국내선 노선 폐지가 또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