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 30%→15% 인하
한국 먼저 소식 전하고 하루 뒤 글로벌 공식화
국회 규제 법안 발의 등 전방위적인 압박 효과
"특정 국가서 정책 우선 발표한 것은 이례적"

구글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구글플레이스토어(구글플레이)’ 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춘다고 17일 자정 전 세계에 공식 발표했다. 지난 15일 저녁 한국에서 먼저 발표한 뒤 약 하루 뒤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 모든 국가에서 공통 적용하는 정책을 미국도 아닌 특정 국가, 그것도 한국에서 우선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식해 다른 나라보다 한국 눈치를 먼저 살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미르 사마트 구글 제품 운영 부사장은 이날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는 7월 1일부터 디지털 재화, 서비스를 판매하는 개발자에 매년 100만달러(약 11억원) 매출에 대한 수수료를 15%로 인하한다"며 "이러한 변화로 전 세계 개발자의 99%는 수수료를 절반만 내게 된다"고 밝혔다. 사마트 부사장은 "글로벌 플랫폼인 구글플레이는 파트너의 성공이 곧 플랫폼의 성공이라고 믿는다"며 "안드로이드와 구글플레이는 항상 전 세계 개발자 파트너의 의견을 경청하며 생태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에 파트너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한국에서 발표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에서만 먼저 발표한 건 지금껏 일하면서 처음 봤다"며 "최근 인앱(자체) 결제 강제를 둘러싼 반발이 유독 심했기 때문 아니겠느냐. 수수료 인하에 대한 한국 반응을 보고 글로벌에 후속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 듯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구글이 인앱 결제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강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업계, 정부, 국회 모두가 나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구글은 앱 마켓에 입점한 앱들이 구글에서 만든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인앱 결제라고 불리는 이 방식으로 결제하면 대금의 30%를 수수료로 취한다. 그동안은 게임 앱에 대해서만 반드시 인앱 결제를 쓰도록 했는데, 앞으로 게임 외 웹툰, 동영상, 음악 등 모든 콘텐츠도 인앱 결제를 강제한다고 하며 거센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구글은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 한국만 특정해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연기한다고 발표하며 달래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애초 인앱 결제 강제를 기존 사업자는 2021년 10월, 신규 사업자는 2021년 1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는데 신규 사업자도 10월 적용으로 미룬 것이다. 앞서 인도에서 적용 시기를 2022년 4월로 연기한 사례가 있지만 그 이후 한국이 처음이어서 이 역시 구글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중간에 통상 문제까지 불거졌지만 한국에는 소용없었다. 지난해 말 미국 무역 협상을 수행하는 정부 기관인 USTR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우리 정부에 "현재 한국에서 논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며 통상 문제 등에서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한국 국회는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이라는 의사를 계속 내비쳤고, 늦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은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 분위기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서 인앱 결제를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될 시 연쇄적으로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수수료 인하가 지난해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116억달러(약 13조원) 가운데 5억8500만달러(약 6600억원)를 감소시키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을 심사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은 "구글의 결정을 존중하며 공정을 위한 지속적 행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에도 연 매출 11억원이 넘는 기업들 위주로 불만이 여전하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들은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아예 외부 결제 시스템을 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외부 결제를 통하면 구글 앱 마켓에 입점해도 구글에 돈 한 푼 안 내도 된다. 반면 스타트업 업계 반응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번 구글의 발표는 스타트업과 중소 앱개발사에 도움이 되는 전향적 결정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콘텐츠의 특성과 결제방식 등에 대해서도 더욱 진전된 논의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