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까지 LCD 생산 연장
中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 제고 차원
부진 사업 유지에 내부에선 불만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가 3월 생산 종료를 예정하고 있었던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연말까지 더 만들기로 했다.

1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LCD 패널 생산과 관련해 이런 내용을 내부적으로 최근 확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결정에 대해 업계는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TV용 LCD 패널 수익이 크게 악화했다. 이에 따라 TV용 LCD 패널 생산을 종료하고, 지난해 말까지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 LCD 공장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기도 했다. 또 국내 TV용 LCD 생산 라인은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 패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애초 목표를 수정해 TV용 LCD 패널 생산을 올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TV용 LCD 패널 가격은 계속해 올랐다. 시장 호황에 따라 저가공세를 펼치던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선 탓이었다. 올해 내놓은 미니LED TV를 비롯해 LCD TV의 디스플레이 패널 대부분을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업체와의 납품가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생산 종료를 3월에서 12월로 재차 연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 매각과 QD 전환을 시작, 패널 공급이 제한적인 삼성디스플레이에 삼성전자가 LCD 패널 생산 연장을 요청한 것은 결국 중국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일각에서는 모기업 사업 전략에 따라 부진한 사업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직원 일부는 직장인 익명 게시판 등을 통해 "삼성전자(LCD)에서 까먹은 것을 애플(OLED)로 메우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사업에서 700억원대의 적자를 본 반면, 중소형 OLED에서는 3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LCD 패널 생산 연장 여부와 관계없이 QD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필수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 라인에 투입하는 등 양산 시제품 생산에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