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2000억~3000억 규모 교환
쿠팡 넘어서는 대형 유통공룡 탄생 예고

강희석 이마트 대표(왼쪽)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양사간 지분 교환에 합의했다. 지난해 CJ대한통운과 지분교환을 통해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인 라스트마일을 확보한 네이버가 이번 지분 교환을 통해 이마트의 구매력과 오프라인 점포까지 활용, 유통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희석 이마트(139480)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만나 지분 맞교환 협약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양 사 대표를 비롯해 차정호 신세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협약 내용과 지분 교환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오늘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번 제휴는 지난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대표가 분당의 네이버 사옥을 찾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한성숙 대표를 만나 이커머스 협력 방안을 모색한 후 구체화됐다.

양사는 이번 '동맹'을 통해 수요가 급증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역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최대 가입자 수와 입점상인 수를 무기로, 이마트는 신선식품과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공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오늘 오후 이사회가 끝나면 관련 내용을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이마트 연대하면 쿠팡 앞설 것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계기로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네이버와 이마트의 협업이 몰고 올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 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의 동맹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수조원을 확보할 예정인 쿠팡에 대한 견제 목적이 크다.

국내 인터넷 쇼핑시장 1위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지난해 결제고객 수는 2000만명, 거래액은 26조8000억원이다. 쿠팡은 활성 고객 수 1485만명, 거래액 20조9000억원로 그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네이버의 국내 인터넷 쇼핑 점유율은 16.6%으로, 쿠팡(13%)과 근소한 차이가 난다.

확고한 1위 선점을 위해 네이버는 각 분야 공룡과의 ‘혈맹’을,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며 문화 콘텐츠와 물류를 포괄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 일부와 라이브커머스 상품 당일배송을 논의 중이다.

업계에선 여기에 이마트와 협력이 더해지면 쿠팡의 역량을 넘어설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네이버의 회원수와 검색 파워, CJ대한통운의 배송력, 이마트의 신선식품 소싱파워와 141개 점포를 활용한 풀필먼트 전략이 더해지면 막강한 힘을 발휘할 거란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직매입을 통해 저가 판매와 빠른 배송 서비스(로켓배송)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로켓배송 자체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으로 수조원의 자금을 확보해 물류센터 등을 확충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등을 고려하면 큰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따라서도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이날 마감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예비입찰에는 롯데, 신세계 등 유통기업과 SK텔레콤, 카카오 등 IT·통신 업체, 사모펀드와 전략적투자자(SI) 등이 참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