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타결 전 지원 요청에 선 그어
"잠재적 투자자, 경영환경 굉장히 심각하다 판단"
"외국계 은행도 전례 없는 고통분담 필요"

"(산업은행의) 능력범위 밖의 것을 요구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산은은 나름 최대한 그 안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산업은행의 독자적인 자금 지원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다. "산은이 돈만 넣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그 경우 배임에 해당된다"는 게 논거다. 이 회장은 "읍소하는 기분으로 말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5일 쌍용자동차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은 15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진 기업 구조조정 제도 설명회에 참석해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고 질의응답을 받았다. 쌍용차 매각 협상과 산은의 지원 방침에 대한 것이 대부분의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현재 쌍용차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별로 바뀐게 없다"며 "현재 모습으로는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체리자동차의 미국 판매 법인인 HAAH와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HAAH도 쌍용차에 대한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HAAH가 쌍용차에 신규 투자를 해 지분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이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돈만 가지고 쌍용차를 어떻게 살리나"며 "사업성이 없으면 돈을 집어넣을 수도 없고, 집어넣더라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은 쌍용차 정상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능력범위 밖의 일을 요구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 "산은은 손님(객)일 뿐이고 주인은 쌍용차 노사,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HAAH)인데 지금 일어나는 상황은 주객전도 내지는 본말전도"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회장이 이 같은 말을 한 것은 별도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쌍용차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경우 지난달 국회에서 "고용도 있고 하니 괜찮다면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괜찮다"며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산업적 판단에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사업성이 괜찮다면 일정 부분 대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할 의사는 있지만, 전제 조건은 지속 가능한 사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협상과 관련해 이 회장은 "순탄하게 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잠재적 투자자는 쌍용차 경영 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굉장히 악화하고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래서 쌍용차 투자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쌍용차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전례 없는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채권단도 동참해야 한다"며 "산은 등 국내 채권단 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쌍용차는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렸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부채 일부 탕감이나 출자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