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토지보상 공무원 인터뷰]

"보상지구 안에, 그것도 자기 명의로 투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사실 ‘하수’라고 봅니다. 진짜 ‘고수’는 몇십m 차이로 수용을 피해갈 경계 주변의 땅을 남몰래 사서 열배 뻥튀기를 하거든요."

지난 10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공단 보상팀장을 역임했던 A씨는 최근 조선비즈와 전화 인터뷰에서 "변창흠 장관이 말한대로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매입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비싼 나무를 심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한 것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0년 넘게 보상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정년 퇴임한 뒤에도 토지보상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구지정 과정에서 내부자가 땅 투기하는 행태를 실제로 목격한 적 있나.

"그렇다. 2009년쯤 공단 보상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이미 개발 정보를 이용한 ‘알박기’가 만연했다. 직접 부동산 거래내역과 토지대장을 조사해서 관련자 10여명의 투기 정황을 적발하기도 했다. 본인 명의로 매입한 사람만 찾아낸 것이 그 정도였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기를 했었나.

"공단 개발 지구 안에 들어가는 건 LH가 감정가 정도만 주고 수용한다. 보상비 만으로는 원래 땅주인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분양권을 노리고 너댓평짜리 성냥갑 같은 집을 한 필지에 열개 넘게 짓는다. 그런 딱지를 사람들에게 팔아서 큰 돈을 번다. 딱지가 분양 대상이 되기만 하면 프리미엄이 억대로 붙으니까 살 사람이 많다.

산업단지나 신도시를 건설하면 허허벌판에 대규모 인프라가 들어서고 많은 인구가 유입된다. 그러니 진짜 ‘대박’은 지구 지정에 들어가지 않는 경계 지점에서 나온다. 지역 자체가 재편성되기 때문에 맹지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수용 과정에서 토지 보상금이 수천억에서 조 단위까지 나오지 않나.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이 주식 사고 차 사고 그러지 않는다. 보통 땅으로 번 돈은 다시 땅에다 묻는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 사람은 별로 없으니 당연히 가격이 치솟는다.적게는 서너배, 많게는 열배 이상 오른 것도 수두룩했다."

━그런 ‘경계’를 알아낸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개발 정보도 ‘급’이 있다. 예컨대 지구 지정을 한다는 계획이 세워지면 LH 내부에서는 담당 업무가 아니라도 다 알게 된다. 남양주 진접읍에 왕숙 지구가 들어간다는 정도는 다 새어나간다는 얘기다. 이렇게 대강만 아는 사람들은 이번 사태에서 나온 것처럼 협의양도인 택지나 분양권 등을 노리고 보상지구 안에 있는 땅을 투기한다.

진짜 고수는 경계를 직접 만지는 사람들이다. 지구 계획이라는 것이 바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확정될 때까지 계속 바뀌는 개념이다. 개발 담당 부서에 있는 실무자나 결재권자, 관련 용역회사 등에 있는 사람들만 개발 도면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지구 경계가 최종 확정되면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수자원공사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걸린다. 그 틈을 타 ‘투기할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그런 내부자를 적발한다고 해도 보상지구 안에 있는 땅을 산 건 아니라 ‘투기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도 10년 전에 투기자를 다 찾아놓고 보니 처벌할 방법이 없더라. 의혹은 있지만, 당사자가 ‘그냥 샀는데 옆에 공단이 들어온 거다’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내가 미공개 정보를 갖고 땅을 샀다’고 자백하지 않는 이상 투기 의도를 입증할 수가 없는데, 누가 자백을 하겠나.

처벌할 법 조항도 없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시 검·경도 수사를 했는데, 결국 기소조차 못하고 끝나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본인 명의로 투기하는 사람은 간이 배 밖에 나온 사람이다. 직계 명의로도 잘 안하고, 절대로 걸리지 않을 사촌·처남·동창 이런 명의를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에 투기했다고 나온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수십 년간 계속돼 온 내부자 투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겠나.

"개발하는 사람들이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개발 지역의 지번까지 다 외우고 있고, 땅 주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매물은 헐값에 나와있고, 사기만 하면 몇배는 우습게 뛰는 상황이다.

위험 부담은 직장에서 파면되는 정도에 그친다. 몇십억원 벌 수 있는 기회인데 그깟 회사가 대수이겠는가.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투기 수익을 몇 배로 환수하는 법을 만들어서 위험 부담을 크게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