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보건 당국이 11일(현지 시각)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은 일부에게서 혈전이 형성됐다는 보고가 나오자 예방적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 이로써 유럽에서 이 백신의 접종을 멈춘 국가는 총 9개국이 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덴마크 당국은 이날 발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심각한 혈액 응고 현상을 겪은 사례들이 나왔다"며 앞으로 14일 간 이 백신의 접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다만 이러한 조치가 예방적 차원에서 내려지는 것에 불과하다며 "현재로서는 이 백신과 혈전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결론지을 수 없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당국도 이날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적인 정보를 기다리는 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아이슬란드도 이날 같은 조치를 취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오스트리아 당국은 앞서 지난 7일 북부 츠베틀 지역 진료소에서 한 49세 여성 간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심각한 혈액 응고 장애"를 겪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같은 진료소의 35세 여성 간호사도 백신을 맞고 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을 보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당국은 이에 해당 백신의 남은 재고를 보급하지 않겠다며 접종 잠정 중단을 선언한 상태. 오스트리아 발표 이후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라트비아도 이 백신의 접종을 줄줄이 중단했다.

유럽연합(EU)의 백신 정책을 관장하는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문제의 질병들을 일으켰다는 증거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EMA는 전날도 "관련 질병들은 애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라며 "재고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은 낮지만 재고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고 했다.

영국과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라며 "각국의 보건 당국은 신약 승인 과정에서 엄격한 효과 및 안전 기준을 적용했고, 자사 백신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