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해외 유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해외 운항 근무를 하는 항공사 승무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모든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밀폐된 비행기에서 수많은 외국인 입국자를 접촉한 승무원들은 그대로 방치해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출국장 향하는 승무원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항공기 승무원 가운데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37명으로 이중 2명은 해외에서 유입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라고 밝혔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항공 승무원이 해외 운항을 마치고 입국해도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 했지만, 승무원의 경우 직업 특성을 고려해 자가격리 의무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코로나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입국자 중 확진자가 나왔을 때, 해당 확진자가 탑승한 항공기 구역을 담당한 승무원과 밀접 접촉자들만 부분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해외 유입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중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 중 뒤늦게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온 경우다. 이 경우 확진자와 접촉한 승무원은 아무런 제약없이 일반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어 변이 바이러스 ‘수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방역 사각지대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 운항을 빠질 수 없는 현장 승무원들은 비행을 마칠 때마다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의 한 승무원은 "비행을 마치고 외국 호텔로 가는데 다음 귀국 비행 때까지 방 안에서만 식사를 하고 외출은 하지도 않는다"면서 "코로나에 걸린지도 모른 채 귀국 후 가족들을 만났다가 혹시나 변이 바이러스를 옮길까 걱정이 든 적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귀국 후 특이한 증상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승객들이 탑승한 항공기 내부 전경.

항공기 내부는 밀집·밀접·밀폐된 '3밀(密)' 환경으로 꼽힌다. 그만큼 확진자와 장시간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생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물론 승무원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고강도의 방역수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들과는 다른 방역지침 적용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형항공사 한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장갑과 마스크, 고글을 착용한 상태에서 방호복까지 입고 항공기 안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승무원의 자가격리 예외’ 정책을 하게 된 이유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방침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ICAO 권고 규정에 ‘국제선 운항 승무원들은 자가격리를 상호 면제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국제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적용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승무원들을 모두 2주간 자가격리 시킬 경우 항공 운항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 국제적으로 예외 조치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변이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된 지난 1월 베트남은 자가격리 예외조항 적용을 중단하고 승무원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14일간 지정 격리시설에서 지내도록 방침을 바꾼 바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승무원의 자가격리 예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국내 항공사 소속 국제선 여객기 승무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올 2분기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대책을 11일 내놨다. 이마저도 해외 유입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승무원이 2명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뒤늦게 이뤄졌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승무원 근무환경상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방치해 사각지대만 키운 것 같다"면서 "당장 모든 승무원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항체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2분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니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