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페이·쇼핑·OTT 등 종합 플랫폼이 된 카톡
이용자는 "채팅만 좀"…자꾸 기능 늘어나 부담
라인·페북은 채팅 버전 '라이트' 따로 출시
카카오 "서비스 추가된다고 이용에 지장 없어"

카카오는 지난 9일 카카오톡 신규 탭으로 ‘쇼핑’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이 아니라 카카오‘모듬’이다." "가벼운 채팅만 좀 할 순 없나." "앱(애플리케이션)이 너무 무겁다." "카카오톡 ㄹㅇ(정말) 돼지 어플(앱)임."

지난 9일 카카오톡(카톡)에 ‘쇼핑’ 탭이 새로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네티즌들은 "또 기능이 추가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2010년 3월 출시된 카톡은 단순 메신저로 출발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페이(결제), 쇼핑, 뉴스, TV, 배달 등 온갖 기능을 망라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스마트폰에 카톡 하나만 설치해둬도 한국에선 일상의 대부분 일이 해결될 정도다. 덕분에 삶의 편의가 증대된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갈수록 무거워지는 카톡 앱이 부담스럽다며 피로를 호소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12일 카카오에 따르면 월간 기준으로 국내 카톡의 이용자 수는 4500만명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웬만해서는 다들 카톡을 설치해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역을 글로벌까지 확대하면 전 세계 5200만명이 카톡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카톡을 열었을 때 나오는 기능은 수십 가지에 달한다. 카카오는 주요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카톡에 집어넣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표적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카카오TV가 추가됐고, 공인인증서 대용인 민간인증 서비스와 가상화폐 지갑 ‘클립’ 등도 들어갔다. 약 1년 전 시범서비스로 내놨다가 올해 초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톡서랍’도 카톡 안에서 이용 가능한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앱이 너무 무겁다" "기능이 점점 많아지니 버벅댄다" 등의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카톡을 다운받아 설치할 때 드는 용량은 압축을 풀었을 때 기준으로 268MB(메가바이트)다. 경쟁 메신저인 라인 250MB, 페이스북 메신저 95MB, 텔레그램 64MB보다 몸집이 큰 것은 맞다.

그러나 카카오 관계자는 "카톡에 새로운 기능, 서비스가 추가되는 게 반드시 용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적화 작업에 만전을 기하기 때문에 구동성이 떨어지거나 지연 현상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했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채팅만 있는 카톡’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라인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는 ‘라이트(lite)’ 버전을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라인 라이트’의 용량은 29MB, ‘페이스북 메신저 라이트’는 41MB다.

카카오가 ‘비만 카톡’을 고집하는 이유는 생태계 확장이라는 회사 방향성과 수익 증대라는 이점 때문이다. 카톡을 활용한 ‘톡비즈’ 매출은 지난해 카카오 전체 매출(4조1567억원)의 약 27%를 차지했다. 각 사업 부문 중 가장 큰 비중이다. 2018년 17%, 2019년 21%를 기록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톡비즈 주요 사업으로는 선물하기나 광고 등이 있다. 특히 광고 서비스 ‘비즈보드’는 하루 매출만 10억원에 이르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비즈보드의 주요 트래픽은 카톡 채팅목록 상단에 뜨는 배너에서 발생하는데 카톡 이용자 수가 많고 이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광고 수익도 커지는 구조다.

카톡 쏠림 현상이 카카오를 스스로 가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꾸 주요 사업을 내놓을 때마다 카톡에 의존하려다 보니 막상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와도 카톡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 67조원, 누적 가입자 수 3500만명을 넘어서며 ‘국민 간편결제’ 서비스가 됐지만 막상 앱 이용자 수는 초라하다는 평가다. 대부분 카톡을 통해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카카오페이 앱 자체로는 유입이 적을 수밖에 없다. 모바일 앱마켓 분석 솔루션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페이 앱 이용자 수는 월간 기준 260만여명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물론 페이를 비롯해 많은 사업이 카톡 덕분에 빠르게 성장한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매번 카톡에만 기대려다 보면 2010년의 카톡처럼 제2, 제3의 국민앱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