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제주 편도 1900원 특가 항공권 나와
"띄울수록 손해지만 고정객 늘리기 고육책"

코로나 여파로 1년 넘게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봄철 시즌을 앞두고 초저가 폭탄 세일에 나섰다. 탑승객 선점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가는 편도 항공권을 1900원(유류 할증료 등 별도)에 파는 사례까지 나왔다. 정상 운임가(할인 등이 들어가기 전에 항공사가 정해놓은 운임)의 2%에 불과하다. 국내선 공급 증가로 출혈 경쟁을 벌이더라도 비행기를 빈 채로 띄우느니 승객을 1명이라도 더 태우겠다는 것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봄 여행 시즌을 앞두고 저렴한 항공권이 대량으로 풀리고 있다. 에어부산은 3월 김포~제주 노선 최저가를 1900원에 책정했다. 티웨이항공의 3월 김포~제주 노선 항공 운임 역시 최저 3900원에 불과하다. 제주항공도 3월 3900원, 4900원짜리 항공권을 판매 중이다. 다음달에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은 제주행 노선 항공권을 만원대로 책정해놨다.

운임 이외에 붙는 유류할증료 1100원, 공항시설 이용료는 4000원이다. 총 7000원에 김포발 제주행 편도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운임과 유류할증료를 더한 값(3000원)보다 공항시설 이용료가 더 높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항공사 여객기들이 멈춰서 있다.

국제선 셧다운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LCC들은 국내선 공급을 늘리고 초저가 경쟁으로 여객몰이에 나섰다. 3월 제주항공에 이·착륙이 계획된 항공편은 11506편으로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6537편에 비해 76% 증가했다. 2019년 3월(12925편)과 비교하면 공급은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항공 운임이 계속 하락하면서 띄우면 띄울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상 운송비 기준 탑승률이 최소 75%는 돼야 손익이 맞는다고 본다. 정상 운임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인데다 예약률도 여전히 낮아 여객기를 띄울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됐다.

현재 LCC 대부분의 국내선 평균 탑승률은 70% 미만으로, 국내 항공권 운임을 3만원으로 잡을 경우 200석 규모의 여객기 1대를 띄울 때 발생하는 매출은 4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건비와 유류비를 비롯해 이·착륙비, 조업사 비용 등 1회 운항에 나가는 비용은 1000만원가량이다. 운항을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그나마 현금 흐름을 위해 운항 편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

에어부산 예약 사이트에서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이 최저가 1900원, 실속가 2760원에 판매되고 있다(왼쪽 빨간 네모). 티웨이항공 역시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을 최저가 3900원부터 시작해 4400~6900원에 판매하고 있다(오른쪽 빨간 네모).

에어부산 관계자는 "어떻게든 항공권을 판매하기 위해 1000원대 운임을 상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익은 기대하지 않고 탑승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하고, 그들이 고정 고객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장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는 "1만원 미만대 운임으로는 여객기를 다 채워도 적자"라며 "텅텅 비어있는 채로 뜨는 것보단 저렴한 가격에 승객이 1명이라도 더 타면 그나마 기내 서비스나 수화물 추가 비용 등으로 조금이라도 벌 수 있어 이 같은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를 세워만 둬도 주기(駐機) 비용이 나가는 데다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운항 편수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비용 차원을 넘어 항공사의 경쟁력과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최저가로라도 운항을 늘리는 것"이라며 "여행 소비 심리가 개선돼야 업황도 반등할 수 있어 저렴한 항공권으로 모객을 하려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