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용자들, 있지도 않은 아이템에 10년간 돈 써
"아무리 돈 써도 안 나와, 사기 아니고 무엇인가"
법조계 "사기죄 성립 가능"…형사처벌 가능할까

넥슨 제공

넥슨의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일부 이용자들이 최근 넥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일 넥슨이 공개한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중 잠재능력을 강화하는 옵션 아이템이 적용 확률이 ‘0%’라는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용자들은 넥슨이 해당 아이템과 관련해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아 없는 아이템이 실재(實在)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용자들은 있지도 않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돈을 써왔던 것이다. 이용자들은 "아무리 돈을 써도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며 "이것이 사기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조계는 넥슨의 관련 행위를 두고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을 존재하는 것처럼 판매한 사실은 이용자를 기망(欺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넥슨이 다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 역시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자 집단소송이 현실화할 경우 사법당국의 수사 등을 통해 넥슨의 법 저촉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용자 주장이나 법조계 시각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 옵션에 대한 설명.

◇ 10년간 모르고 돈 쏟아부었는데 ‘확률 0%’…"사기다"

넥슨은 지난 5일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게임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든 아이템의 등장 확률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동안 알리지 않았던 강화형 아이템의 등장 확률이 0%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이용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A씨는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처음 출시돼 당시부터 즐겨온 이용자들이 이미 성인이 된지 오래"라며 "게임을 시작했을 때는 모두 어린 나이였으나, 지금은 경제력을 갖춘 이용자들이 많아 결제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사기 논란은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큐브’에 기인한다. 큐브 하나를 열면 강화 옵션인 잠재능력 15개 중 1개가 나오는데, 이를 게임 캐릭터가 사용하는 장비에 3개까지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인기가 있는 잠재능력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타격 데미지를 늘리는 ‘보스 몬스터 공격 데미지 +%(증가)’로, 고래라고 불리는 고액 과금 이용자들은 이 옵션이 3개 연속으로 부여되는 ‘보보보’를 완성하기 위해 상당한 돈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스토리를 10년 이상 즐겨왔다는 이용자 B씨는 "큐브를 포함해 지금까지 메이플스토리에 쓴 돈이 수천만원이다"라며 "최근에도 한 유튜버가 아이템 하나를 얻기 위해 3000만원을 썼다는 인증 영상을 올려 5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고 했다.

넥슨은 로직을 통해 ‘보보보’가 나올 수 없도록 설정해 놨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작위’나 ‘랜덤’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3개 연속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넥슨이 아이템 판매 10년 만에 공지한 ‘큐브의 잠재능력 재설정 로직과 세부 확률 공개’에 따르면 ‘보스 몬스터 공격 데미지 증가’와 같은 일부 강력한 옵션은 최대 2개까지만 동시 적용된다. 넥슨 측은 "2011년 잠재능력이 처음 추가될 당시의 보스 사냥이나 아이템 획득의 밸런스 기준점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넥슨에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이용자 대표 C씨는 "이번 큐브 사건은 트리플 세븐(숫자 7이 3개 나오는 것)이 나오지 않는 카지노 슬롯머신 조작과 다르지 않다"며 "아무리 돈을 써도 당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10년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건, 다분히 기망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넥슨이 2016년 11월 진행했다가 확률 임의 조정으로 논란이 된 아이유 퍼즐 이벤트 광고 화면.

◇ 4년 전에도 이런 일이…공정위, 과징금 9억3500만원 처분

넥슨은 4년 전인 2016년 1인칭 총기 게임(FPS) 서든어택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9억3500만원 과징금 처벌을 받기도 했다. 당시 넥슨은 16개의 퍼즐을 다 모으면 아이유, 트와이스 등 연예인을 만날 수 있다는 초대권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16개를 다 모아야만 퍼즐이 완성되는 이 이벤트에서 퍼즐조각 중 3~4개의 등장 확률을 임의 조정했다.

퍼즐조각 15개를 모두 모았더라도 마지막 1개가 없으면 퍼즐을 완성할 수 없었던 이 이벤트에서의 확률 임의 조정은 이벤트 성패를 가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넥슨 측은 확률 조정뿐 아니라, 확률에 대해서도 알리지 않았다. 이벤트 막바지에 "일부 조각의 출현 확률이 낮을 수 있다"는 공지를 내긴 했지만, 정확한 확률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넥슨이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 ‘거짓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넥슨은 법원에 과징금 처분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넥슨에 대한 과징금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4500만원으로 줄였다.

당시 법원은 "넥슨의 행위는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소비자로 하여금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있어 중요한 사항인 아이템의 획득 확률에 관한 오인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 법조계 "사기죄 성립 가능…1등 없는 로또 판 것"

법조계는 최근 메이플스토리 사례에 대해 사기죄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넥슨의 행위는 이용자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강화 옵션을 바라고 거액을 들이는 상황에서 ‘확률 0%’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에서 그렇다.

법무법인 예현의 신민영 변호사는 "사기죄 및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결국 존재하지도 않는 확률의 아이템을 판 것은 로또로 비유하면 1등이 없는 로또를 판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망에 의해 유저들의 아이템 대금을 받은 거라 사기죄 성립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현재 법체계로는 사기죄 성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게임이 필수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수사당국이 관심을 가질지도 의문이라는 반응도 있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광욱 변호사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규제한 적이 있어서 사기죄가 논의되는 듯 싶다"며 "관련된 사안을 알리지 않은 거에서 더 나아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 있어야 사기나 기망행위를 적용할 수 있을 텐데 이번 건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기죄를 적용하려면 검사가 기망행위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공개한 확률 정보 이면에 있는 알고리즘을 다 확인해야 기망이 입증된다"며 "이는 일종의 영업비밀이라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가령 10년 동안 사용한 유저가 이번 아이템에 수백만원을 썼다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번 건은 속은 사람, 피기망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피기망자를 전체 유저로 본다면 사기죄 성립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