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 공룡 구글의 시장 독점을 견제하는 입법 움직임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구글은 영국과 호주에서 언론사 뉴스 사용료를 두고 싸우다 ‘백기투항’했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타깃 광고’에 제동이 걸렸다. 이는 매출의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광고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여기에 안방인 미국에서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수수료를 규제하는 법안이 가결되면서 안팎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이 세계 각국에서 규제에 직면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에선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독점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구글과 애플은 그간 자사 운영체제를 사용할 경우 자사 앱마켓을 통해서만 어플을 다운, 결제 진행이 가능하도록 해 왔다. 이러한 인앱결제 수수료는 30%나 돼, 지난해 두 회사가 수수료로 벌어들인 금액만 330억달러(약 36조 6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작년 8월 세계적인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구글과 애플의 이같은 조치는 ‘독점행위’라며 미국 법원에 두 회사를 제소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앱마켓 사이의 경쟁을 막는 독점행위를 그만두라는 에픽게임즈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SNS상에선 ‘프리 포트나이트’ 운동이 일기도 했다.

이렇듯 ‘반(反) 빅테크’ 기류가 일면서 조지아, 하와이, 일리노이, 미네소타 등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애리조나 주는 ‘반독점 규제 법안’의 시작을 끊은 셈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번 법안 가결에 대해 "인터넷 시장을 독점해온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전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호주와의 ‘뉴스 사용료’ 싸움에서도 패배

구글은 최근 호주 언론에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법안을 두고 호주 정부와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 백기투항했다.

호주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가 호주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뉴스 미디어 협상법’ 초안을 작년 7월 발표했고, 올해 통과됐다. 처음 법안이 발의됐을 때만 해도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호주에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강수를 두다가 역풍을 맞고 서비스를 재개했고, 구글은 호주 주요 언론사와 뉴스 사용료 계약을 맺었다.

유럽에서도 구글 등 테크 기업들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의회는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 기사를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언론사와 면허계약을 맺도록 하는 디지털 규제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구글은 프랑스, 독일, 영국 등 7개국의 500여 매체와 뉴스 사용료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영국의 더선·더타임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마켓워치 등 다수의 매체를 소유한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과도 3년간 뉴스 사용료 계약을 맺었다. 세계 각국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의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개인맞춤형 광고’도 중지 위기

구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광고사업도 이같은 반 빅테크 광풍 속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난 3일 구글은 내년부터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크롬에서 쿠키 기술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쿠키란 인터넷 사용자가 해당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자동으로 생성되는 기록 파일을 말한다. 구글은 그간 개인별로 생성되는 쿠키를 분석해 개인맞춤형 광고를 판매해 왔는데, 이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구글은 지난해 2920억달러(329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구글의 광고 중단은 몇년간 일었던 개인정보보호 논란에 대한 대책이다. 구글은 그간 구글 계정을 통해 개인의 위치 정보, 인터넷 주소, 통화 시간, 쿠키 등을 수집한 후 알고리즘 개발 등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12월 구글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 쿠키를 이용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혐의로 프랑스로부터 1억유로(약 1317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대신 구글은 개인정보 활용 논란에서 자유로운 ‘플록’으로 불리는 샌드박스 형태의 새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를 익명화하고, 이용 습관이 비슷한 사용자들을 그룹으로 묶어 맞춤형 광고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구글의 프로덕트 매니저 데이비드 템킨은 "쿠키는 단계적으로 폐지될 것이며, 쿠키와 비슷한 대체 기술도 개발하지 않겠다"며 개인정보논란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글의 플록 역시 기존의 쿠키 수집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구글의 플록은 끔찍한 아이디어'라는 성명문에서 "사용자 정보를 추적한다는 점은 쿠키나 플록은 사실상 동일하다"며 "구글은 새로운 프레임을 씌워 마치 추적이 더이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