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길거리를 걷고 있다고 상상을 해보자. 갑자기 어떤 물건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걷고 있는 당신 옆으로 자판기 한 대가 나타난다. 그 자판기에는 당신이 필요로 한 물건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고, 당신은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서 집으로 배송한 뒤 가던 길을 가면 된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메타버스’(metaverse)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렇게 소개했다. 메타버스는 초월(meta)과 현실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의 가상 세계를 가리킨다. 게임이나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일하고, 놀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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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뉴욕증시에는 메타버스 열풍이 확산되며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게임업체 로블록스가 상장한다. 블록으로 구성된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소통하고, 아이템을 사고파는 플랫폼인 로블록스 기업가치는 290억달러(한화 약 33조원)로 추정된다. 한 달 한 번 이상 로블록스를 하는 이용자 수는 1억5000만명 수준이다.

미국에서 로블록스는 디지털에 익숙한 MZ(밀레니얼+Z세대)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내 16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들 절반 이상은 로블록스에 가입돼 있고, 유튜브보다 약 2.5배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달 초 국내에선 최초로 메타버스 입학식이 열렸다. SK텔레콤은 순천향대학교와 협력해 신입생 입학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메타버스에서 총장님 인사 말씀을 듣고, 신입생 대표와 입학 선서를 했다.

게다가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영상을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가 아닌 3인칭 액션슈팅(TPS) 게임 ‘포트나이트’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메타버스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포트나이트 내 파티로얄 무대에서 이용자들은 함께 BTS의 새로운 춤을 추고, 감상을 공유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확산에 발맞춰 수익모델은 유료 아이템 판매 중심에서 마케팅솔루션, 공연, 커머스 등 영역으로 확장해나갈 전망"이라며 "메타버스 내 공연뿐 아니라 굿즈 판매, 라이브커머스 등 현실세계와 연동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용자가 늘고 생태계가 구체화되면서 메타버스에서 창출되는 경제 규모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오는 2025년에는 메타버스 시장이 2800억달러(약 31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직은 낯선 개념이긴 하지만, 메타버스는 분명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포브스는 "당신은 메타버스를 거울 세계, AR 클라우드, 매직버스, 라이브맵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며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메타버스 세상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고,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