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화웨이 공백 빠르게 잠식하지만
미국, 샤오미 中 공산당이 통제하는 기업 판단
샤오미 타격받으면 삼성전자 반사이익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샤오미 매장.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차례차례 퇴출되는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 업계 및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공백’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기업은 샤오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샤오미는 유럽, 동남아, 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 안착한 몇 안 되는 중국 기업이다.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샤오미(11.3%)의 전년 동기 대비 글로벌 판매량은 33.9% 증가했다.

특히 화웨이의 주무대였던 유럽 시장에서 샤오미의 성장이 돋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12%로 전년보다 7%포인트 떨어진 반면 샤오미의 점유율은 7%포인트 상승한 1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32%)는 1%포인트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시장이 역성장한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출하량을 늘렸다.

그래픽=김란희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샤오미의 약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화웨이를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시킨 미국 정부의 압박이 샤오미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월 샤오미 등 9개 중국 기업을 ‘중국군 연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즉 샤오미를 중국 공산당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기업으로 판단한 셈이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샤오미 창업주 레이쥔(雷軍)이 2019년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자상’을 수상한 사실을 중국군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샤오미는 이런 이유로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의 투자 자금을 받을 수 있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에서도 퇴출됐다. 영국 지수회사인 FTSE러셀은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재산관리국의 추가 지침에 따라 샤오미 등을 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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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는 화웨이처럼 아직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 목록에는 오르지 않아 당장 외부에서 부품과 소프트웨어(SW)를 조달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계속 끌어올리며 존재감이 더 커진다면 추가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샤오미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글로벌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장악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제품 판매에서 마진을 최소화하고 판매한 기기들을 IoT로 연결해 고객 생태계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IoT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만큼 미국 정부로서도 규제 명분은 충분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샤오미가 최근 5세대 이동통신(5G)이나 A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중국군이 있다고 판단한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 IoT 기기가 이미 2억대를 넘는다. 국내에도 샤오미의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발광다이오드(LED) 스탠드, 선풍기,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IoT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만약 샤오미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화웨이와 비슷한 수준의 제재를 받게 되면 부품 조달 어려움으로 제조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동맹국들과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소재·부품 등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행정명령까지 발동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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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타격을 받게 되면 삼성전자는 더는 점유율 잠식을 당하지 않고 애플의 추격을 따돌리며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고가폰 시장에서 애플, 중저가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다.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만 아니었다면 지난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S21의 국내 첫 달 판매량이 59만대로 4년 전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8 판매량 수준을 기록했다. 전작인 갤럭시S20와 비교해서는 1.5∼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글로벌 판매량 추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12일 국내 40만원대 5G 스마트폰 ‘갤럭시A42’를 출시하는 등 전 세계 시장서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이 갤럭시S21 시리즈 공략을 강화하고, A시리즈 강화를 통해 중저가 시장내 독점 입지를 확보해 나간다면 올해 더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