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오픈뱅킹을 앞두고 저축은행 업계가 어떻게든 금융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금리 우대나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 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2019년 12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시작한 이후 불과 1년 만에 1억1200만 계좌(중복 포함)가 오픈뱅킹에 참여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업계 2위 OK저축은행은 최근 오픈뱅킹에 OK저축은행 입출금예금 계좌를 등록하면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법인 상품과 조건부 우대가 이미 적용된 상품을 제외한 모든 입출금 예금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미 시중은행 대비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우대금리를 더 얹어주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러나 자산 규모가 월등히 큰 시중은행에 앱 이용자를 뺏기지 않으려면, 오픈뱅킹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업계 3위권인 페퍼저축은행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만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 ‘페퍼룰루 2030 정기적금’은 세전 금리가 연 5%에 달한다.

김종수 페퍼저축은행 지점총괄본부 전무는 "오픈뱅킹 출범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페퍼룰루 2030 정기적금을 내놨다"며 "더 많은 금융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모습.

그 밖에도 하나은행 계열인 하나저축은행은 지난 2월 한 달간 전용 앱을 통해 적금에 가입하면 기본금리 2%에 우대금리를 1% 얹어주는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상상인저축은행 역시 앱 전용 상품 ‘뱅뱅뱅 파킹통장 369 정기예금’을 내놨다. 이 상품은 하루만 맡겨도 1.6% 기본금리를 제공하고 9개월 이상일 경우 연 1.9% 금리를 받는 고금리 상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처럼 오픈뱅킹 서비스 시장에 들어서면, 한 앱에서 대형은행들과 같은 선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저축은행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던 소비자층에게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이미지 개선 이후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금융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여러 상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여러 앱 가운데 하나만 살아남는 ‘원(one) 수퍼 앱’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금융권 대비 높은 금리를 더욱 부각해 금융 소비자 유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를 포함해 자산관리가 수익 확보에 큰 축으로 떠오른 요즘 같은 때는 더욱 그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달 시작하는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를 연계하면 앱에서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 계좌 개설 및 이체까지 이어지는 자산 관리 특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런 최신 금융서비스를 구현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저축은행 앱이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저축은행 79개 가운데 자체 앱을 가진 은행은 고작 28개 수준이다. 이마저도 앱 완성도가 낮아 평점이 평균 3점 이하로 낮거나, 이용자 수가 30만명 이하인 앱들이 절반 이상이다.

그러나 오픈뱅킹 서비스에 미리 대응한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실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계좌를 통한 간편결제·송금액은 올 1월 말 기준 574억원으로 전년 동기(44억원)보다 13배 늘어났다. 쓰는 사람은 쓴다는 의미다.

업계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큰돈을 들여 ‘사이다뱅크 2.0’ 앱을 선보였는데, 다운로드 수가 120만을 넘어섰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앱도 각각 다운로드가 100만회를 넘어갔다. 이들 앱은 활성화할 만큼 이용자를 확보해 차세대 서비스를 구축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