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무신사, 공정거래법 상 경쟁 제한 위반 소지있어"
무신사,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前 유리한 계약 체결 의혹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입점 업체에 다른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면 향후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고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패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신사의 이같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경쟁 제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일부 입점업체에 브랜디·에이블리·브리치 등 경쟁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는 경우, 향후 무신사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 판단해 거래를 중지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무신사 현황.

패션업계에선 무신사의 갑질에 대해 "우월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입점 업체들의 경영 행위를 강제하고, 신생 플랫폼의 성장을 가로막는 플랫폼 생태계 훼손 행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1조4000억원, 월 활성 이용자(MAU)는 345만명이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가 불공정거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입점 업체에 타사와 거래하면 계약을 끊을 수 있다고 공지한 것은 공정거래법 23조에 규정한 '불공정거래 행위' 중 경쟁 제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조항은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나,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간주되는 (무신사의) 경쟁 업체들이 신고한다면 지방사무소에서 접수해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9년 국내 배달플랫폼 시장을 놓고 싸우던 배달의 민족(배민)과 쿠팡, 두 회사간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신들과 계약을 맺은 식당 업주들을 상대로 쿠팡이 "기존 계약을 해지하면 큰 혜택을 주겠다"며 계약 해지를 유도했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후발주자로서 식당 업주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 것일 뿐"이라며 "계약해지를 한 식당도 없다"고 해명했다.

무신사의 이같은 행보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우려한 사전작업 성격으로 해석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입법 공백 시기에 자사에 유리한 계약을 입점 업체와 서둘러 체결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주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갑질 방지법이다. 가맹점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 '갑질3법'의 사각지대인 플랫폼 중개 거래에 대한 규제안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이 법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입점업체와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경제적 이익 제공을 강요하거나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경영활동 간섭, 보복행위 등을 사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적용 대상은 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의 플랫폼사업자다. 쿠팡, 배민 뿐만 아니라 거래액이 1조원이 넘는 무신사도 규제 대상이다. 이들과 거래를 맺는 입점업체는 180만개, 중개거래액은 80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패션 플랫폼 업체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무신사의 갑질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패션 업체인 비플로우·브랜디·에이블리 등은 임원회의를 통해 후속 대응책을 논의했다. 다만 법적대응은 하지 않는것으로 결론내렸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법적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향후에도 셀러(입점 업체)들이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언급된 업체들은 패션 플랫폼 중 비교적 규모가 있는 업체들인데도 무신사와 갈등을 빚어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넘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도 맞대응할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관련 무신사는 "경쟁사 입점을 제재하려는 목적이 아닌,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