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이번주 1140원 찍을 것" 전망도
"FOMC 열리는 다음주, 글로벌시장 변곡점 될 것"

"인플레이션을 인내할 것"이라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에 달러 강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이 미 국채금리 상승세에 대응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꺾이면서다. 미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달러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기업들의 차입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심리가 형성돼 원·달러 환율에는 상승 압력을 일으키게 된다.

연초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이 다소 빠르게 올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당장 이번주 환율이 1140원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적인 대응 방안이 나올 수 있어 달러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5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장중 1133.0 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5일(1133.9원·장중 고점 이후 넉 달 만에 최고치다.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종가는 1126.1원에 마감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약세 흐름을 보였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강했다.

달러를 강세로 몰아간 건 파월 연준 의장이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주최한 잡스(jobs) 온라인 서밋에서 최근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두고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다. 우리는 인내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다. 미 국채금리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수익률 곡선제어(YCC),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같은 방안을 연준이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에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파월 의장을 발언 직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555%까지 치솟았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지수는 0.73% 오른 91.61을 기록했고 뉴욕 3대 지수는 1~2%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파월 의장이 발언을 두고 국채금리 급등에 대한 연준의 대응의지가 없다고 본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통상적으로 국채금리가 경기부양에 기대감에 힘입어 완만하게 오른다면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안전자산인 국채에 수요가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미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금융여건을 긴축적으로 만들어 기업의 차입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양책에 대한 수급 우려와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세가 그 배경으로, 연초 1.4%대에 머물렀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5일 1.6%를 넘어선 바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강력한 부양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시작했고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심리까지 가세했다"며 "국채금리 상승이 금융여건을 긴축적으로 만들 것이란 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같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 국내로 옮겨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의 10년물 국채금리가 5일 2년 만에 2%를 뚫고 올라갔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를 부추겨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15일 1100.1원(종가)이었던 환율은 20일 만에 30원이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번주 환율이 114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내다본다. 다만 오는 16~17일(현지시간) FOMC에서 추가적인 대응이 나온다면 환율 상승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미국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 자본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커져 달러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140원까지 열어둔 가운데 다음주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