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주요 은행에서 주주총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축은행 수장들이 지난해 기록한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줄줄이 연임에 성공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내부 규정에 연임 관련 제한이나 나이 제한이 없어 장기집권이 가능한 구조인데다, 저축은행 내부에서도 시중은행이나 빅테크와 경쟁에 맞서려면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계속 지휘봉을 쥐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다음 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오는 17일 임기가 끝나는 임진구·정진문 각자 대표이사 사장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SBI저축은행은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두 각자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끈다. 기업금융 부문은 임진구 대표가 2015년 9월 대표 자리에 오른 이후 6년째 맡고 있다. 또 다른 축인 개인금융 부문은 정진문 대표가 총괄한다.

임진구(왼쪽)·정진문 SBI저축은행 각자 대표이사 사장.

두 대표가 함께 SBI저축은행을 이끌기 시작한 2016년부터 SBI저축은행 총자산은 5조1439억원에서 10조808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자산 기준으로 저축은행 업계 2위 OK저축은행(7조6505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힌 셈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740억원에서 2019년 1500억원을 넘어섰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순익은 연간 기준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 대표가 그동안 실적 성장을 이끌며 경영능력을 입증했고,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만큼 경영의 연속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점은 연임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이런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잇달아 경영진 연임을 발표하고 있다. 박윤호 JT친애저축은행 대표와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이달 초 연임에 성공했다.

박윤호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첫 연임으로, 은행 측은 "박 대표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증대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오화경 대표 역시 기업대출 강자였던 하나저축은행을 가계대출 부문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운 점을 인정받았다. 하나저축은행은 2019년 오 대표 부임 이후 3600억원 수준이었던 가계대출 잔고가 지난해 5600억원으로 55% 늘었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

그 밖에도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정길호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 역시 지난해말 3연임에 성공하면서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저축은행 업계에서 험난한 구조조정이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은 물론 대부업체들과도 이어지는 저축은행의 여신 경쟁 관계를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사령탑이 필요하다"며 "올해부터는 대부업체 최고금리도 20%로 떨어졌기 때문에 저축은행 대표들은 업권을 뛰어넘어서 경쟁 상황을 통제할만한 능력을 갖췄는지가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