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앞으로 5년간 기술 자립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자금을 쏟아붓는다.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발전 견제에 맞서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핵심 분야의 핵심 기술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기초연구를 위한 10년 실행 계획을 만들어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정부 업무 보고에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 동안 R&D 지출을 매년 7%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리 총리는 2025년까지 제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 기간보다 국내총생산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매년 R&D 지출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제4차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해 중국의 R&D 지출은 1년 전 대비 10.3% 증가한 2조4400억 위안(378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였다.

리 총리는 "혁신이 중국 현대화 추진의 핵심"이라며 "중국 혁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 실험실을 더 많이 짓고 전략적 과학기술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올해 기초연구 투자도 확대한다. 올해 중앙정부의 기초연구 지출을 10.6% 늘린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기초연구는 과학과 기술 혁신의 원천이며, 따라서 기초연구 분야에 상당 금액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자금 사용과 관련해 각 연구소에 더 많은 발언권을 주고 프로젝트와 인력 평가 메커니즘을 재정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리 총리는 "연구자에게 부과됐던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10년동안 검 하나를 갈듯’ 핵심 기술 연구와 중대 돌파구 마련에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투입하게 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중국의 향후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다.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제14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과 2035년 장기 목표 초안이 정해졌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제4차 회의에서 정부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중국은 5일 공개한 제14차 5개년 계획 초안에서 중점 육성할 7개 핵심 기술 분야를 제시했다. 인공지능, 퀀텀(양자)·클라우드 컴퓨팅, 신경망(뇌과학), 반도체, 유전 바이오기술, 임상의학, 심해·우주·극지 탐험으로, 모두 미국이 앞선 분야다.

중국은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개발 강화와 적용 확대도 강조했다. 앞으로 5년간 전국 5G망 보급률을 56%로 높이겠다고 했다.

중국 기술 굴기의 싹을 자르려는 미국의 견제가 점차 강해지면서 중국은 독자 기술 개발·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외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반도체 분야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 전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중국은 반도체 자립에 사활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