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HMM(011200)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배 사장 취임 후 HMM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배 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컨테이너선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우량 화주를 확보해야 하고, 무엇보다 채권단 체제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5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경영진 추천위원회'(경추위)를 열고 배 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추천할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는 1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의 연임은 HMM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배재훈 HMM 사장.

업계에서는 배 사장이 여러 성과를 거둔 만큼 연임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배 사장은 2019년 3월 취임한 뒤 세계 3대 해운동맹(얼라언스) 중 하나인 ‘디(THE)얼라이언스’에 가입하고, 사명을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바꾸며 변화에 속도를 냈다.

특히 정부 지원으로 지난해 2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확보했다. 여기에 컨테이너선 운임이 불붙으며 지난해 2분기 5년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계속 치솟으면서 HMM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980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증권사들은 HMM이 올해 1분기에만 61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강세와 함께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HMM의 주가는 지난해 3월 23일 2120원까지 떨어진 뒤 반등, 이날 오후 1시 기준 2만1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1년새 10배로 뛰며 2013년 8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배 사장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매달 자사주를 매입, 지난 3일 기준 HMM 주식 8만5360주를 보유하고 있다. 총 3억3500만원을 투자했는데 이날 종가 기준 주식 가치가 18억원을 넘어서며 14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냈다.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배 사장의 2기 임기엔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컨테이너선 운임이 계속해서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주력 항로인 아시아~북미 서안 노선 운임은 FEU(12m 컨테이너 1개)당 3968달러, 아시아~유럽 노선 운임은 TEU당 4047달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연말까지 운임이 하락해 북미 서안 노선은 2000달러대, 유럽 노선은 1000달러대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HMM은 우량 화주와 장기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이익을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만 지난해 기준 HMM의 영업이익 91%가 컨테이너선 사업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쏠림 현상이 큰 만큼, 수익원을 다각화하지 않는 이상 컨테이너선 시황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선사들과의 격차도 여전히 크다. HMM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아 선복량(적재능력)이 90만TEU가 될 전망이다. 이르면 2023년까지 100만TEU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2016년 한진해운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고 주요 선사들과는 아직 40만~300만TEU가량 차이가 있다.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도 임기 중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자들 입장에선 HMM의 실적이 좋을 때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 사장의 임기가 기존의 2년이 아닌 1년이 유력한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결국 HMM이 독립할 때를 대비해 정부 지원 없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배 사장 역시 성과의 지속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경제와 해운시장에 많은 변화와 도전이 닥칠 것이라 예상된다"며 "성공의 역사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패배의 아픔을 다시 겪을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서 강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승리의 결과를 이뤄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