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쇼핑 사업자 네이버
검색, 광고, 결제에 이젠 배송 서비스까지
"이미 종속된 지는 오래…목숨줄 쥐고 있어"

네이버 쇼핑.

온·오프라인에서 레저용품을 판매하는 A씨는 지난달 한 고객으로부터 사이트가 이상하다는 문의를 받았다. "네이버페이로 결제가 안 된다"며 물건을 구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고객은 "네이버페이로 결제해야 포인트 적립이 많이 된다"며 "다른 방식으로는 결제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부리나케 쇼핑몰 개편에 들어갔고 네이버페이로도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바꿨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네이버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단순 검색부터 다른 업체와의 가격비교, 광고, 결제 등 네이버를 거치지 않고서는 물건을 사고팔 수 없을 만큼 판매자, 구매자 모두 의존도가 높다. 입점 비용이 ‘0’인 무료 플랫폼인 데다 타 오픈마켓과 비교해 낮은 결제 수수료, 간편한 결제 시스템 등 네이버가 주는 효용이 큰 것은 맞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네이버를 쓸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네이버가 최근 물류 사업까지 속도를 내며 중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갈수록 네이버에 종속되는 게 무섭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에서 결제액이 가장 많은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신용·체크카드, 계좌이체 등 결제 금액을 조사한 결과다. 네이버가 2조805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2조4072억원을 기록한 쿠팡이다. 웹툰 등 다른 서비스도 포함된 금액이지만 쇼핑 관련 결제 비중이 큰 만큼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네이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는 평가다.

그래픽=박길우

네이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쇼핑 생태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4분기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한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스마트스토어(중소상공인 창업 플랫폼) 성장과 외부 제휴처 확대에 힘입은 덕분이다"라며 "아울러 지난해 11월 7만개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대상으로 네이버페이를 오픈했는데 다양한 중소상공인(SME) 고객 유입이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 4900원에 쇼핑 포인트 추가적립과 각종 콘텐츠 혜택이 제공되는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도 ‘네이버 종속’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네이버 멤버십은 연말 기준 2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네이버는 최근 이용료를 월 3900원 수준으로 내리는 연간 구독모델을 선보이는 등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 공격적이다. 또 지금까지는 네이버웹툰이나 오디오북, 음악 플랫폼 ‘바이브’ 등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위주로 혜택이 주어졌다. 여기에 CJ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의 제휴 소식도 발표했다. 앞으로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는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을 혜택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돼 네이버 멤버십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네이버 쇼핑의 다음 청사진은 물류다. 네이버는 지난 2일 주요사업 소식을 전하는 행사에서 "올해 중소상공인을 위한 물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이 주요 파트너사이고 네이버는 여러 물류 스타트업과의 제휴, 투자를 통해 자체 유통망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업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물류를 구축해 판매자가 유통망 걱정 없이 제품 경쟁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뜻이 좋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네이버가 독보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그동안 동종업계 우열을 다투던 쿠팡이 네이버와 비교해 우위를 가졌던 게 물류시스템이었는데 네이버가 직접 배송 서비스까지 뛰어들며 쿠팡의 차별화 전략이 희석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 물류센터에서 택배상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중소상공인들은 지금처럼 네이버 독식 구조가 심화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상생’, ‘협력’을 내세우며 이들에게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은 모습을 보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는 N페이(네이버페이의 전신)와 관련해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검색 1위 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N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먼저 노출하고,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하려면 버튼을 추가 클릭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또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를 우대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공정위로부터 260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네이버가 불복소송을 제기해 법정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한 업체 사장은 "네이버가 타 플랫폼보다 확실히 수수료도 싸고 지원 프로그램이 많은 건 맞다"며 "그런데 지금이야 오픈마켓 시장이 워낙 경쟁도 치열하고 우선순위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있다 보니 이해관계가 맞는 것이고 나중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업체 사장은 "사실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은 이미 네이버에 종속된 지 오래됐다"며 "아무리 잘해준다고 한들 우리 목숨줄을 쥐고 있는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늪에 빠진 것처럼 갈수록 네이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