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정말 낮아질 수 있을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취지에 걸맞게 분양가 산정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했지만, 분양가를 더 낮추는 묘책을 없을 것이란 전문가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는 인건비, 건축자재비가 올랐다는 점을 국토교통부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산비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지만, 이 경우엔 기존 아파트의 희소성을 높여주는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도 수익 눈높이를 낮춰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바라본 강남 재건축 아파트(앞쪽)와 뒤로 보이는 강북 아파트.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아파트 분양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공급면적(3.3㎡)당 647만5000원에서 653만4000원으로 0.87% 인상했다. 노무비와 간접 공사비, 재료비의 상승을 반영한 것이다.

건축비는 3월과 9월 매년 두 차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공·민간의 일반적 품질 수준의 주택을 기준으로 주택 건축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을 계산해 산정한 다음 물가 변동 등을 반영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한다. 층수·면적별로 지상층 건축비가 각각 다르게 책정되며 지하주차장 등이 들어서는 지하층 건축비 역시 전용 85㎡를 기준으로 갈린다.

지난해 9월엔 국토교통부가 건축비를 2.69% 낮췄다. 기초파일공사비를 건축비에 산입시키지 않고 가산비로 전환한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지만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염두에 두고 분양가 하향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건축비 마저 올랐으니 분양가를 낮출 방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건축비가 오르면서 분양가를 낮출 방도가 사실상 거의 없고, 인위적으로 낮추면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택지비(토지 감정평가액), 건축비, 가산비를 합해서 산정된다. 이 중 택지비는 감정평가사 2곳 이상의 결과를 받는 것으로 국토교통부나 지자체, 한국부동산원이 나서서 개입할 여지가 적다. 감정평가 행위는 독립성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혹여나 분양가를 높여 사업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을 우려해 감정평가회사 지정 과정에 조합은 배제돼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택지비는 땅값이 오르면 오르는 것이라, 땅값을 인위적으로 낮추지 않고서는 내려갈 수 없다"고 했다.

남은 것은 가산비 조정이다. 가산비는 택지 개발과정에 들어가는 설비 비용이다. 특화 설계나 친환경 설계 등의 비용이 여기에 산입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가산비를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 가산비 항목으로 인정해주던 비용을 제외시키면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조합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진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를 할 때 조합원들에게 각종 특화설계를 제시하고 이를 가산비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인정 범위가 작아질 경우 건설사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고 조합과 분담금 추가 문제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산비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경우엔 오히려 기존 신축 아파트의 차별성만 높여줄 것이라는 점도 우려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다른 아파트와 대비되는 것으로 특화설계가 중요하게 여겨져왔는데, 만약 가산비가 조정되면 이를 삭제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커뮤니티 시설이 좋은 아파트의 기준이 되는 시대에 가산비가 깎여 이런 부분이 축소될 경우 다른 아파트 대비 안 좋은 아파트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와 같이 분양가를 낮추는 데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