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는 IT(정보기술) 개발자가 혹여나 퇴사하지 않을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앱(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부터 투자 알고리즘 개발 등 중책을 맡은 개발자들이 요즘 IT·소프트웨어 개발자 품귀현상으로 인해 다른 업체로 이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이 앱으로 다 거래를 하는 만큼, 회사에서 개발자의 역할이 크다"면서 "최근 여러 업체에서 개발자 연봉을 인상했지만, 회사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인력 이탈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비롯해 최근 핀테크 업체인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신규 출시하는가 하면 투자와 관련된 서비스를 전산화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개발자가 증권사에서도 중요 인재로 떠올랐다. 특히 데이터와 원장을 다루는 능력은 물론, 금융 지식까지 겸비한 개발자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모셔야 하는 ‘귀한 몸’이 됐다.

일러스트=김성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앱 ‘토스’를 운용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계열사 토스증권은 이달 MTS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IT 인력 확충에 힘썼다. 전 직원에게 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경력직 직원에게는 1.5배에 달하는 연봉 인상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증권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개발자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토스증권은 인력의 약 반이 개발인력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도 IT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하반기 내 전용 MTS를 선보이며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은 상시로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며 "MTS 개발이 중요한 만큼 출범 후 개발자가 꾸준히 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언택트(비대면) 활성화를 위해 차세대 MTS 개발에 약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영웅문’ MTS로 명성이 높았지만 올 하반기 차세대 MTS를 개발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각 증권사가 MTS 개편, 서비스 개선을 위해 개발자 채용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할 수 있는 기존 인력은 한정된 가운데, 증권사에서는 금융 지식까지 골고루 갖춘 IT 개발자를 필요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개발자가 소수이므로 금융권이 개발자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진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핀테크 업체들이 연이어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금융 지식과 IT 지식을 한꺼번에 갖고 있는 개발자의 몸값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발자는 보통 단순 코더(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인지 그 분야의 전공지식이 있는지로 나뉘는데, 금융 전공지식이 있는 개발자는 신생 핀테크 증권업체뿐 아니라 기존 증권사에서도 선호하는 인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증권사가 개발자 영입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처럼 개발자에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을 아직 모르는 회사들도 꽤 있다"라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춰 개발자를 영입해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놓은 MTS를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다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