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유업계 선두주자인 매일유업(267980)이 호주에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저출산으로 국내 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매일유업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호주 법인 설립 관련 내용을 일부 논의할 계획이다. 현지 법인을 총괄할 대표이사도 물색 중이다. 이는 최근 호주 낙농업계 합작회사인 코리오베이유업(Corio Bay Dairy Group)의 현지 분말가공 공장 부지 등을 인수한데 따른 후속 작업이다. 향후 1~2년 안에 공장을 준공해 활용할 계획인만큼, 공장 가동 일정에 맞춰 현지 법인 설립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길우

해당 공장은 분유제품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을 겨냥해 호주 기업들이 합작 투자한 사업이다. 양국 정부의 정치적 갈등이 무역 분쟁으로 비화되면서 중국의 호주산 제품 수입이 급감했고, 사업도 전면 중단됐다. 코리오베이유업에 투자한 호주 기업들이 빚더미에 앉자 구원투수로 등장한 매일유업이 공장 부지 등을 1350만호주달러(약 115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의 호주 법인 설립은 새로운 미래 전략의 일부다. 신사업 육성과 해외시장 공략, 원료 수급 안정이라는 일석삼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번에 인수한 호주 공장을 이용해 현지에서 저렴하게 수급한 우유를 분말로 가공, 중국 등 신흥국에 분유 제품으로 수출하거나 우유 단백질을 원료로 만든 건강기능식 제품을 국내로 수입 또는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8년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신제품을 출시하려면 추가 공장 증설이 필요하다. 중국은 2000년대 두 차례에 걸친 가짜 분유 파동 이후 해외 브랜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영유아조제분유 배합비 등록 관리방법(신조제분유법)’을 시행해, 한 공장에서 3개 브랜드만 생산할 수 있도록 인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매일유업 공장.

최근 10년 새 규모가 줄어든 분유제조업은 국내 저출산과 원가 상승, 수입산의 시장점유율 확대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진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생아수는 지난 2012년(48만5000명)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24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적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에 그쳤다.

여기에 오는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원유(源乳)가 무관세로 수입되면 국내 유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업계에 따르면 국내산 원유의 공급가격은 리터(L)당 1100원 수준이다. 반면 분유·치즈 등 유제품 분야의 경쟁 상대인 뉴질랜드는 원유 가격이 리터당 400원대에 불과하고, 미국과 영국 등은 400~500원대다. 여기에 관세까지 철폐되면 수입산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강화되고, 국내산 원유를 사용한 제품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2011년부터 차례로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등 낙농업 선진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농수산축산물에 대해서는 쿼터제(물량 할당제)와 점진적 세율 인하 등 단서 조항을 달아 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12% 협정세율이 적용되는 미국산 우유(지방분 1~6%)는 오는 2025년부터 세율이 0%가 된다. 세율 11.2%인 EU산 우유는 2026년부터 무관세다. 현재 21.6% 세율이 적용되는 호주 제품은 2033년부터, 23.4%인 뉴질랜드는 2034년부터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현재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군은 흰 우유인데, 원가 비중이나 제품 특성상 이윤(마진)이 많지 않은 편"이라면서 "고수익 신제품을 늘리고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